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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무용단 ‘더 토핑’
글 이지현(춤 비평가) 1/1/2016 |   지면 발행 ( 2016년 1월호 - 전체 보기 )




12월 3~4일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한국춤 ‘중심(中心)’이란

서울시무용단이 여섯 개 소품으로 이어진 단원창작품 중심의 공연을 열었다. 보통 직업 무용단 단원의 창작은 주제와 형식을 한국춤 전문성이나 창작의 깊이를 가져가는 시도들이 주를 이뤄왔다. 이번 공연은 한국춤과 한국음악·애니메이션·연극·현대무용·발레·스트리트 댄스 등 다양한 장르의 예술과 협업을 표방했다.

애니메이션과의 협업 ‘바다오르간’은 춤과 협업하는 드문 장르여서 눈길을 끌었다. 안무가의 여행기에 바탕을 둔 작품이다. 수채화 같은 따뜻한 필치의 애니가 춤의 공간을 확장시키고 상상력을 풍성하게 해주는 역할을 하여 춤을 보완하는 협업으로서 가치를 획득했다. 하지만 무대 언어인 춤이 메워야 할 장면들이 주제성이나 표현성에서 감성적 수준에 그치고 말아 연출과 안무 강화의 문제를 남겼다. 한국음악과의 협업 ‘좌수’는 협업 실험을 하기에는 개념상 적합성이 떨어지는 작품이었다. 한국춤은 전통이든 창작이든 음악을 반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단원 안무도 아닌 데다(김재승 안무), 솔로로 한참을 진행하다가 서울시무용단 단원들은 작품의 흐름이나 구색과는 맞지 않게 장삼과 고깔을 쓰고 형식적으로 잠시 출연했다. 이 기획이 서울시무용단을 위한 것인가를 의심케 하는 지점이었다.

연극과의 협업 ‘낫 배드(Not Bad)’는 연극 중심이었다. 춤은 여전히 코러스에 머물러 새로운 춤을 보러 온 관객들에게는 실망을 줬고, 현대무용과의 협업작 ‘노멀’은 현대무용 솔로와 한국춤 군무가 펼쳐져 두 춤의 차별과 조화를 풍성하게 보여주었지만, 두 춤은 병립되는 데 그쳤다. 발레와의 협업작 ‘변화의 세대’는 발레안무가가 시무용단 단원을 데리고 안무를 하여 신체를 확장적으로 사용하는 고전발레의 전형에서 탈피했다. 선글라스와 현대적 의상을 입고 단순한 4박 리듬을 반복하면서, 폐쇄적인 동작들이 한 덩어리가 되어 추는 대중 취향의 미니멀한 안무로 단원들이 추는 새로운 움직임이 신선했다. 스트리트 댄스와의 협업작 ‘활짝 핀 착란’(최종인·신동엽 안무)은 옷을 오브제로 사용했다. 옷을 벗기고, 껴입고, 껴입은 상태의 부자유스러운 움직임이 춤으로 보이면서 춤과 오브제를 사회와 개인의 갈등이라는 주제를 펼쳐나가는 데 잘 흡수시켰다. 단원들은 부풀린 의상을 입고 꼭두각시 인형이 된 듯 동작에 제한을 가지고 힙합 기반의 동작 맛을 냈다. 어떤 춤이라도 소화해내는 무용수에 대한 기대를 충족시켜주는 동시에 하나의 작품으로 다가오도록 하는 융합의 지점에 도달했다.

한국춤 기반의 서울시무용단 단원들과 관객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고, 창의를 자극하는 지점을 준 의미 있는 기획은 분명하다. 그러나 협업 장르에 대한 신중한 선택, 각 작품의 흐름이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도록 보살피는 세심한 중심 잡기는 미흡했다. 이 작업이 일회적이지 않고 예술작품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한국춤’을 중심에 놓고, ‘한국춤’을 어떻게 확장하고 변이시킬 것인가에 대해서 타 장르 예술가와 무용단 단원들이 의견을 공유한 후 각자 다른 방식의 협업을 정하는 것이 순서다. 시무용단의 중심을 놓치지 않는 제작 시스템이 필요한 지점이다.

사진 세종문화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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