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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의 클래식 기타 특강
IN INSTRUMENT
글 임형준 기자 11/1/2015 |   지면 발행 ( 2015년 11월호 - 전체 보기 )




잔잔하게 스며오는 여섯 줄의 울림

때로는 오랜 친구처럼, 때로는 애인처럼 친숙한 클래식 기타의 숨은 매력

기타는 유구한 역사를 품고 있다. 조상이 고대 그리스의 악기 리라임을 감안하면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악기 중 하나라 해도 무방할 터. 오랜 시간이 지나며 모습은 조금씩 변형됐지만, 많은 이에게 사랑받는 것은 여전하다. 서양 음악사의 여러 작곡가에게도 기타는 매력적인 악기였다. 베토벤은 다양한 음색을 지니며 화음·선율 등 다채로운 연주가 가능한 기타에 ‘작은 오케스트라’라는 별칭을 주었고, 파가니니 역시 여행할 때 언제나 기타를 애인처럼 지니고 다녔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기타는 1970년대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기타를 못 치면 간첩’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였다. 당시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시대의 아이콘으로 기타가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오늘날까지도 기타의 인기는 식을 줄 모른다. 몇 년 전부터 유행하는 가수 오디션 TV 프로그램에서도 많은 지원자가 기타를 들고 나와 기타 붐을 일으켰다. 시대를 뛰어넘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사랑받아온 기타. 오늘날 기타는 형제가 여럿이다. 가장 많이 연주되는 클래식 기타·통기타·전자기타 삼형제 중 ‘맏형’ 격인 클래식 기타를 면밀히 탐구하기 위해 기타리스트 한은을 만났다.

한은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재학 중 2001년 스페인으로 유학을 떠나 마드리드 호아킨 투리나 음악원과 알리칸테 오스카 에스플라 음악원에서 수학했다. 그 후 오스트리아로 넘어가 잘츠부르크 음악원에서 엘리엇 피스크를 사사했다. 2010년부터 클래식 기타 콰르텟 보티첼리 단원으로 활동 중이며, 지난 6월에는 솔로 음반 ‘로망스’를 발매했다. 프란시스코 타레가·나폴레옹 코스테·안토니오 라우로 등의 서정적인 작품을 담은 음반에는, 화려하지만 과장되지 않은 섬세한 테크닉과 따뜻한 음색이 전체를 감싸고 있다.

“오케스트라처럼 풍성한 울림으로 감동을 주는 음악이 있는가 하면, 클래식 기타처럼 애잔하게 서서히 젖어드는 감동을 주는 경우도 있죠. 클래식 기타의 매력은 ‘잔잔함’이라고 생각해요.”

그럼 한은이 말하는 클래식 기타의 잔잔한 매력 속으로 들어가 보자.

기타의 유래

‘기타’는 리라의 일종이던 고대 그리스 악기 ‘키타라’에서 이름이 유래한다. 17·18세기에 는 스페인의 플라멩코 음악에서 노래와 대등할 정도로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며 널리 연주됐다. 오늘날 사용되는 기타의 원형은 19세기 중반 안토니오 데 토레스 후라도가 만든 기타에서 비롯됐다.

“토레스가 만든 기타를 흔히 ‘토레스 악기’라고 불러요. 소장가치가 있기에 가격대가 높은 편이지만, 음량이 작아서 연주용으로는 거의 사용되지 않아요. 현대 제작가들이 이 시기의 제작 방식을 따른 토레스 모델을 만들기도 합니다.”

클래식 기타? 통기타?

클래식 기타와 통기타는 외관상 많은 유사성을 지닌다. 헤드·넥·보디로 나뉘는 구조와 여섯 개의 현, 보디에 울림구멍을 지녔다는 점 등이 비슷하다. 구조적인 면에서 두 기타의 가장 큰 차이점은 ‘현의 종류’가 다르다는 것. 나일론현을 사용하는 클래식 기타와 달리, 통기타는 스틸현을 사용한다. 통기타는 19세기 후반 크리스천 프리드리히 마틴이 최초로 개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클래식 기타에 비해 또렷한 음색과 큰 음량을 지니며, 주로 포크 음악에서 애용되어 ‘포크 기타’라고도 불린다.

“연주하는 음악 장르가 다른 것도 큰 차이점이에요. 성악가와 대중가수의 차이와 비슷하죠. 둘 다 가수지만, 성악가는 클래식 음악을 부르고 대중가수는 대중음악을 부르잖아요. 클래식 기타와 통기타도 같은 기타지만 주로 연주하는 장르가 달라요. 클래식 기타가 성악가라면 통기타는 대중가수라고 할 수 있습니다.”

클래식 기타의 작은 목소리

클래식 기타의 고민은 ‘작은 음량’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거트현 대신 나일론현이 개발되었고, 나아가 스틸현을 장착하여 더 확실하게 음량을 키운 통기타가 등장했다.

“독주회의 경우 큰 홀이 아니면 앰프 없이 연주가 가능하지만, 다른 악기와 앙상블을 이룰 때는 앰프를 사용해야 하죠. 다른 악기와 합주하면 클래식 기타의 작은 음량은 문제가 됩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연주자마다 개인 마이크와 앰프를 가지고 다녀요.”

 

‘스프루스 악기’와 ‘시더 악기’

클래식 기타는 스프루스·시더·메이플·마호가니·로즈우드 등 다양한 목재를 재료로 사용한다. 특히 앞판의 목재에 따라 음향에 많은 차이가 있다.

“앞판에는 주로 스프루스와 시더가 일반적으로 많이 쓰입니다. 그래서 보통 앞판의 목재에 따라 ‘스프루스 악기’와 ‘시더 악기’로 구분해요. 목재에서 노란 빛이 나는 스프루스 악기는 따뜻하고 명료한 소리가 나죠. 스프루스 악기에 비해 거뭇거뭇한 색을 지닌 시더 악기는 배음이 많이 나고 울림이 풍부한 소리가 납니다. 옆판과 뒤판에는 브라질리언 로즈우드와 인디언 로즈우드를 많이 사용해요.”


헤드

기타에는 1번부터 6번까지의 현이 있다. 헤드에는 각 현을 조율할 수 있는 6개의 줄감개가 장착돼 있다. 표준형 기타의 개방현은 저음부터 E(미)-A(라)-D(레)-G(솔)-B(시)-E(미) 순이다. 가장 저음의 현을 E(미)에서 D(레)로 낮춘 조율법도 자주 쓰이는데, 연주 가능한 음역대가 넓어지기 때문이다.


프렛

바이올린이나 첼로 등 다른 현악기에서는 좀처럼 찾아볼 수 없는 기타만의 독특한 특징은 프렛이다. 기타의 지판 위에는 프렛이라고 하는 쇠로 만든 막대기가 있는데, 프렛으로 반음씩 나뉜 칸은 헤드에서 보디 방향으로 갈수록 음이 점점 높아진다. 프렛은 보통 19~20개 정도로 구성된다.


울림구멍과 로제타

울림구멍의 크기는 공명 주파수를 변화시켜 악기의 음향에 영향을 준다. 클래식 기타의 울림구멍은 주로 지름이 85mm이며, 그 외에 82mm나 88mm인 것도 있다. 일반적으로 둥근 모양이 대부분이지만, 바이올린처럼 f홀 모양이나 팔각형 등의 울림구멍도 있다. 모양에 따라 음색이 조금씩 달라진다. 울림구멍 주위의 무늬는 ‘로제타’라고 불린다.


가깝지도, 멀지도 않게

브리지는 현을 고정시키며 현의 높낮이를 조절한다. 현과 지판 사이의 간격이 멀어질수록 현의 장력이 강해져 연주가 힘들어지고, 가까워질수록 장력이 낮아져 연주가 편해진다. 하지만 현과 지판이 너무 가까워지면 버징(프렛과 현이 닿아 생기는 잡음)이 생길 수 있으니 적당한 간격으로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늘로 솟은 기타의 비밀

클래식 기타는 왼발을 발판 위에 올려놓고 헤드를 머리 높이까지 올려 연주한다. 기타를 수평으로 놓고 연주하는 통기타와는 다른 연주 자세의 이유는 무엇일까?

“통기타의 경우 왼손은 코드를 잡고 주로 반주를 하기 때문에 왼손의 움직임이 적지만, 클래식 기타는 왼손이 지판 전체를 움직이며 연주하기 때문에 사용하는 폭이 넓죠. 헤드를 연주자 머리 옆까지 올리면 왼손의 움직임이 더 편해지고, 하이포지션의 연주가 수월합니다.”


손톱 관리가 생명

“기타리스트들이 가장 신경 쓰는 것이 바로 손톱입니다. 적당한 길이의 손톱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손톱 다듬는 것을 일상으로 하죠. 연습을 하다 보면 손톱이 닳거나 찢어져 공연 직전에는 손톱에 테이프를 붙여서 연습하거나 순간접착제를 발라 찢기는 것을 방지합니다. 기타리스트마다 손톱 모양이 제각각인 만큼 손톱 관리법이 다양해요. 손톱 모양이 좋지 않으면 탁구공을 잘라서 손톱에 붙인 후 다듬어 사용하기도 합니다.”

 

클래식 기타 악보

18세기 말엽부터 태블러처(문자나 기호로 악기의 연주 부분을 나타낸 악보)를 사용하던 전통이 깨지고 오선보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클래식 기타의 오선보에는 오른손 손가락 번호를 엄지부터 p·i·m·a로 기보하고 왼손 손가락 번호는 검지부터 1~4번으로 표기한다.

“르네상스나 바로크 시대의 작품을 연주할 때는 태블러처를 보지만 주로 오선보를 사용합니다. 태블러처는 각 음마다 프렛의 위치가 지정돼 있는 반면, 오선보는 프렛이 지정돼 있지 않아 연주자마다 다양한 운지를 구사할 수 있어요. 리듬 표기가 정확하고 박자가 세분화돼 있는 것도 오선보의 장점이죠.”


습도를 잡아라!

“악기의 습도 조절을 잘 못하면 앞판이 깨지기도 해요. 보통 울림구멍을 중심으로 두 개의 판을 붙이는데, 건조하면 붙임선이 갈라지죠. 특히 우리나라는 여름과 겨울의 습도 차이가 심해 제습과 가습을 통해 악기를 보관하는 곳의 습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해요. 날씨가 건조할 때는 ‘댐핏’을 물에 적셔 울림구멍 안에 넣어 습도를 유지하고, 습한 경우에는 시중에 파는 방습제를 넣기도 합니다.”


추천 음반

한은은 추천 음반으로 세월의 흔적이 담긴 빛바랜 표지의 음반 두 장을 꺼냈다. 줄리언 블림·존 윌리엄스가 함께한 라이브 음반과 페페 로메로의 호아킨 로드리고 기타 협주곡 음반이었다. “초등학교 4학년 무렵 문화센터를 다니면서 처음으로 기타를 배우다가 중학교 2학년 때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했어요. 이 두 음반은 기타리스트로서 삶을 결심한 계기를 마련해준 음반들입니다. 어릴 때부터 수없이 들으며 많은 영향을 받았죠. 지금까지도 종종 이 두 음반을 꺼내들으며 초심을 가다듬어요.”

사진 박진호(Studio Bo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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