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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제프 코스마·자크 프레베르·조니 머서 ‘Autumn Leaves’
황덕호의 재즈 스탠더드 넘버
글 황덕호(재즈평론가) 10/1/2015 |   지면 발행 ( 2015년 10월호 - 전체 보기 )



발라드에서 재즈 스탠더드 넘버가 되기까지

조지 거슈윈의 ‘Summertime’과 더불어 가장 널리 알려졌을 법한 이 재즈 스탠더드 넘버는 먼저 제목에 대해 이야기해야 한다. 헝가리 태생의 프랑스 작곡가 조제프 코스마의 곡에 시인 자크 프레베르가 노랫말을 붙여 1946년 영화 ‘밤의 문(Les portes de la nuit)’에 곡이 처음 등장했을 때 제목은 ‘죽은 잎새(Les feuilles mortes)’였다. 하지만 이듬해 작사가 조니 머서의 영어 가사가 붙은 뒤 이 곡이 영미 지역으로 퍼지면서 제목이 ‘가을 낙엽(Autumn Leaves)’으로 바뀌었다.

일본에서 부르는 ‘고엽(枯葉)’이라는 제목은 아마 프랑스 제목을 옮긴 것으로 보이는데, 이를 우리가 그대로 따르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일상적인 대화 속에서 ‘고엽제’ 외에는 거의 쓰이지 않는 ‘고엽’이라는 단어를 유독 이 곡에만 쓰는 것은 어색하다. 과거 흔히 쓰이던 모차르트의 오페라 ‘마적’을 최근에는 ‘요술피리’라고 부르는 것처럼, 이 곡도 ‘낙엽’ 혹은 ‘가을 낙엽’으로 바꿔 부르는 것이 훨씬 자연스러울 것이라 생각한다.

프랑스어로 된 원래의 제목이 말해주듯, ‘Autumn Leaves’는 낭만적이기보다 심지어 염세적인 느린 발라드다. 그러한 분위기는 냇 킹 콜의 대표적인 1956년 녹음에서도 알 수 있듯이 머서의 영어 가사가 붙은 뒤에도 여전히 유지됐다. 재즈 연주도 마찬가지였다. 스탠 게츠(1952), 그리고 그 유명한 에럴 가너(1955)의 연주 등 비교적 초기에 녹음된 재즈 레코딩들은 원곡의 분위기를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이러한 해석의 흐름이 그대로 유지되었다면 ‘Autumn Leaves’는 아마 스탠더드 발라드로 남았을 것이다.

완벽한 기량 위에 얹은 연주자의 상상력

적어도 중간 템포의 빠르기에 스윙을 가미해 연주하는, 원곡의 발라드 스타일에서 탈피한 훨씬 재즈적인 연주 방식은 이미 1955년에 시작됐다. 그런 점에서 아마드 자말의 1955년 에픽 레코드 녹음은 ‘Autumn Leaves’의 재즈 연주에 있어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라틴 리듬 스타일의 반복적인 전주 네 마디가 곡 전체의 리프로 깔리는 이 연주는 지금껏 곡의 서정적인 멜로디에 의존한 즉흥연주 방식을 일거에 바꿔버렸다.

주지하다시피 아마드 자말의 가치를 가장 먼저 파악한 인물은 바로 마일스 데이비스다. 마일스 데이비스는 당시 자신의 밴드에서 알토 색소폰을 연주하던 캐넌볼 애덜리가 솔로 앨범 ‘Somethin’ Else’(1958, Blue Note)를 녹음할 때 사이드맨으로 참여하여 ‘Autumn Leaves’에 대한 자말의 아이디어를 캐넌볼에게 전수했다. 자말의 리프를 다소 손질해 전주곡과 코다로 사용한 이 전설의 연주는 이후에 등장하는 수많은 ‘Autumn Leaves’에 영향을 끼쳤는데 진 애먼스와 소니 스팃(1961, Verve), 폴 데즈먼드(1962년, RCA-Victor), 테테 몬톨리우와 엘리아 플레타(1966, Concentric), 아트 파머-베니 골슨 재즈텟(1986년, Contemporary)의 녹음들은 전주나 리프에 있어 다소의 차이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자말의 아이디어를 따르고 있다.


▲ 자신만의 ‘Autumn Leaves’를 선보인 아마드 자말

이 아이디어를 가장 적극 밀고 나간 연주자는 역시 자말 자신이다. 올해 85세의 이 노장은 평생에 걸쳐 ‘Autumn Leaves’를 여러 차례 녹음했는데, 그 가운데 1996년 파리 실황은 일생의 완성본이라 부를 만하다(음반 ①). 선명하면서도 리드미컬한 전주와 그 어느 녹음보다도 강렬했던 자말의 타건은 물론, 마일스 데이비스 퀸텟 시절부터 이 곡을 연마하던 조지 콜먼의 유려한 테너 솔로는 일생일대의 명연을 만들었다.

‘Autumn Leaves’를 서정성이 아니라 재즈 뮤지션의 연마된 기량의 징표로 삼은 대표적인 녹음은 세라 본의 것이다(음반 ②). 그녀는 곡의 골조(화성 진행)만을 남겨둔 채 모든 외벽(멜로디)을 허물어버리고 그 위에 가사가 없는 스캣 선율을 쌓아 올렸다. 그것도 최고의 리듬 섹션과 함께 상당히 빠른 템포로. 모던재즈의 즉흥연주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이보다 더 명징하게 들려주는 녹음은 흔치 않다.

1986년 당시 재즈계의 젊은 리더로 등장한 윈턴 마살리스의 녹음은 파격적인 화성, 수시로 변하는 빠르기를 통해 그의 쿼텟의 기량이 어느 정도인가를 당당하게 과시하고 있다(음반 ③). 마살리스의 트럼펫 솔로는 선명한 광채를 발하고 뒤편의 리듬 섹션은 마술과도 같은 완벽한 조화를 만든다. 사람들이 가장 낭만적으로 여기는 이 곡을 완전히 환골탈태시키며 청중에게 이렇게 이야기한다. “이게 바로 재즈예요.”

키스 재럿 역시 ‘Autumn Leaves’를 평생의 레퍼토리로 삼고 있다. 그 가운데 블루노트에서의 1994년 실황 녹음은 피아노 독주로 문을 여는 약 4분 30초간의 서주와, 새 주제를 품고 끝없이 이어지는 즉흥연주를 통해 이 곡을 장대한 환상곡으로 발전시켰다. 그것은 재즈에서 최상의 즉흥연주란 완벽한 기량 위에 연주자의 상상력과 시성이 있어야 가능하다는 사실을 들려준다(음반 ④). 역시 연주란, 더 나아가서 예술이란 육체와 정신의 훌륭한 결합물이다.

이 달의 추천 재즈음반


1 아마드 자말 ‘Live in Paris 1996’

Birdology-Dreyfus FDM 37020-2│연주 시간 12분 02초│1996년 10월 26일 녹음│아마드 자말(피아노)/조지 콜맨(테너 색소폰)/캘빈 키즈(기타)/제프 체임버스(베이스)/요런 이스라엘(드럼)/마놀로 바드레나(퍼커션)


2 세라 본 ‘Crazy & Mixed Up’

Pablo CD 2312-137│연주시간 5분 30초│1982년 3월 1·2일 녹음│세라 본(보컬)/로랜드 한나(피아노)/조 패스(기타)/앤디 심프킨스(베이스)/해럴드 존스(드럼)


3 윈턴 마살리스 ‘Live at Blues Alley’

Columbia G2K-40675│연주 시간 9분 42초│1986년 12월 19·20일 녹음│윈턴 마살리스(트럼펫)/마커스 로버츠(피아노)/로버트 허스트(베이스)/제프 “테인” 와츠(드럼)


4 키스 재럿 ‘Keith Jarrett at the Blue Note: The Complete Recordings’

ECM 527638-2│연주 시간 26분 34초│1994년 6월 4일 녹음│키스 재럿(피아노)/게리 피콕(베이스)/잭 드조넷(드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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