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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우드 게이트 댄스 시어터 ‘라이스’
글 문애령(무용평론가) 10/1/2015 |   지면 발행 ( 2015년 10월호 - 전체 보기 )



 



9월 11·12일
LG아트센터

영상에 기댄 묘사적 몸짓

타이완을 대표하는 클라우드 게이트 댄스 시어터가 ‘라이스(Rice)’ 내한 공연을 가졌다. ‘클라우드 게이트’는 중국 고전무용 운문(雲門)에서 따온 이름으로 ‘구름 문’이 춤춘다는 낭만성이 매력적이다. ‘라이스’는 2013년 초연된 창단 40주년 기념작으로 농사를 체험하며 완성했다고 한다. ‘방랑자들의 노래’를 위해 단원들이 3년 이상 명상했고, ‘문 워터’를 위해 전 단원이 타이치를 장기간 배운 이 무용단의 안무 패턴으로 볼 때 당연한 준비 과정이다.

단장 겸 안무가 린화이민은 ‘라이스’에서 흙·바람·꽃가루·햇빛·알곡·불·물이란 주제를 내세워 쌀농사 과정을 설명한다. 막이 오르면 영상작가 창하오란이 농촌에 머물며 2년 간 촬영했다는 첫 장면, 물 고인 땅이 보인다. 색색 원피스 의상의 여자들이 땅을 구르고, 남자들이 가세한다. 모심기가 끝난 논의 푸른 잎사귀가 보이면 군무는 흐르듯 뒹굴고, 한쪽 팔을 들고 회전하거나 유연한 몸짓으로 행진한다. 두 팔을 흔들며 날듯이 도약하거나 줄 맞춰 발을 구르기도 한다. 노동요 같은 민요 소리가 들린다. 후반으로 접어들면 빨간 드레스 의상의 여자가 손을 떠는 군무에 둘러싸여 고통스럽게 ‘알곡’을 ‘낳는’ 장면도 나온다. 이즈음 영상의 몸짓 설명에 그치는 춤의 역할에 대해 의문이 생기기 시작한다.

예외적으로 ‘꽃가루’ 듀엣은 묘사적 역할 속에서도 춤의 독자성을 지녔다. 무대에 초록빛 사각 조명이 드러나면 배경 막의 영상도 이에 맞춰 작아진다. 양끝에 자리한 남녀가 무음악에 서로 발로 접촉을 시작하는 벼들의 사랑이다. 다양한 방식으로 서로 지탱하는 포즈가 생상스의 ‘꾀꼬리와 장미’와 연결된다. 아름답고 푸른 들판과 소프라노의 섬세함에 녹아든 춤은 서정적 연출의 대가 린화이민의 특출한 재능을 재확인시킨다. 장대를 흔드는 군무도 능동적이다. 장대는 타작의 도구가 되기도 하고, 짚고 뛰어오르는 무술의 도구가 되기도 한다. 린화이민 작품의 공통적 주제라 할 수 있는 잃어버린 무엇을 찾아 헤매는 군상이 강조되고, 홀로 남은 여자가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마무리다.

린화이민은 자주 마사 그레이엄과 비교된다. 작가의 상념을 표현하는 심오한 분위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기교면에서는 공통점이 거의 없다. 린화이민은 서양 현대무용에서 한국 전통춤까지 습득한 것으로 유명하다. 모든 춤에 능숙하다기보다는 자신의 안무 어휘를 늘리는 기회로 삼았다는 판단이 옳을 것이다. 이 안무자의 기교가 복잡하거나 화려한 것은 아니다. 과시적 기교보다는 필수적 동작 모음의 활용도를 중시한다.

춤이 무대미술을 오히려 빛내는 총체성이 장기인 그의 전작들처럼 ‘라이스’ 역시 영상 비중이 컸다. 그러나 변형 불가능한 영상은 쌀이나 물과 달리 움직임의 영향 밖에 있기 때문에 춤의 역할이 매우 빈약했다. 3톤이 넘는 황금빛 쌀로 다양한 모형을 만든 ‘방랑자들의 노래’는 쌀더미를 옮기며 고통스런 중생의 모습을 그리는 과정이 곧 작품이다. ‘문 워터’는 태극권에 기초한 기교의 통일감, 무반주 첼로 모음곡의 장중함, 거울과 물과 백색 가루로 만든 천상의 이미지, 그리고 ‘영혼이 달처럼 빛나는 동안 기는 물처럼 흐른다’는 감각의 통일성이 빛났다. 벼농사 영상이 압권인 ‘라이스’는 애초에 묘사적 몸짓 이상을 기대하기 어려운 조합이고, 그로써 기교 사용의 당위성을 중시하는 대가의 안무 작업이 때때로 초보적 모방에 머물게 됐다.

사진 JD Woo/LG아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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