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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러스 웰스에 오른 매튜 본의 ‘카맨’
작품의 흥행력 VS 안무의 생명력
글 한정호(런던 통신원) 9/1/2015 |   지면 발행 ( 2015년 9월호 - 전체 보기 )



2000년대 ‘백조의 호수’ ‘호두까기 인형’ ‘가위 손’의 내한으로 매튜 본은 한국에서 가장 친숙한 영국 안무가가 되었다. 무용평론가 이종호는 “나름의 예술성과 흥행성을 고루 갖췄다는 점에서 이렇다 할 문화 상품이 없는 한국 춤판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매튜 본의 연작을 평가했다. 지난 7월 14일부터 8월 9일까지 본과 그의 컴퍼니 뉴어드벤처스는 2000년 작 ‘카맨(The Car Man)’을 런던 새들러스 웰스에 올렸다.

원작을 비튼 ‘백조의 호수’가 1995년 초연부터 인기를 모은 배경에는 스타 무용수인 아담 쿠퍼가 있었다. 2007년 이후 8년 만에 ‘카맨’의 런던 공연을 재개하면서 본이 내세운 별은 아메리칸 발레 시어터(ABT)의 수석무용수 마르셀로 고메스였다. 고메스는 여름 시즌 ‘킹스 오브 더 댄스’, 아르다니 25주년 갈라와 함께 ‘카맨’에 합류하면서 댄스 뮤지컬에 도전했다. 지금까지 고메스가 본과 작업한 것은 일본에서 ‘백조의 호수’ 주역을 맡은 게 전부였다.

‘카맨’은 비제 오페라의 셰드린 편곡을 테리 데이비스가 재편곡한 음악을 기초로 했다. 1960년대 미국 중서부 이탈리아 커뮤니티에 자리한 차고 겸 식당으로 배경을 바꿔 그곳에서 벌어지는 탐욕과 복수를 그린 전형적인 오락형 댄스다. 7월 22일 고메스의 데뷔 날엔 식당 안주인이자 루카와 불륜에 빠지는 라나 역에 애슐리 쇼, 라나의 동생 리타 역에 케이티 로엔호프, 리타의 상대역이자 루카와 동성애 관계에 놓인 안젤로에 리암 모어가 출연했다.

본의 여타 작품처럼 ‘카맨’의 내러티브는 대사를 배제한 움직임만으로 전개됐고 전략적으로 배분된 장면들이 누아르풍 드라마를 이뤘다. 클래식 발레에선 당쇠르 노블인 고메스는 연습 때부터 단원들에게 적극적으로 조언을 구하면서 객원 댄서의 거리감부터 줄였다. 고메스는 “연극적 동작이 몸에 스며들면서 그 희열에 오랫동안 바닥에 누워 아드레날린의 분출을 즐겼다”고 ‘가디언’과의 인터뷰를 통해 말했다.


‘하바네라’에 맞춰 식당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고메스는 좌중을 압도했다. 루카가 곧 카르멘이란 것을 알리는 순간이다. 작품의 볼거리는 고메스가 벌인 양성애적 러브신에 집중됐다. 매튜 본은 클래식 발레에선 볼 수 없는 격렬하고 거친 애정 표현까지 수위를 높였고, 고메스는 마초에 충실한 카리스마로 역할을 소화했다. 남편 디노가 집으로 돌아오는 걸 바라보며 루카와 나누는 라나의 성행위와 안젤로와 루카가 차 안에서 벌이는 선정적인 행각이 본이 지향하는 대중성의 실체였다. ‘백조의 호수’에선 새가 된 댄서들의 잔근육이 두드러진 데 반해 ‘카맨’에선 노동자들이 땀과 기름에 전 몸을 샤워로 닦아내는 장면에서 근육의 굴곡이 명확했다. ‘파이낸셜타임스’ ‘텔레그래프’ ‘가디언’ 등 정론지들은 일제히 ★★★★을 부여했다.

여러 차례 반복 공연으로 ‘남성 백조’는 자연스레 20년 전 초연 당시의 신선함이 탈각되었다. 고전을 해체해서 흥행에 초점을 맞춘 안무의 생명력은 얼마나 지속될 것인가. 매튜 본의 신작에서 독창성을 읽을 수 있는 날은 언제일까. 쉰다섯의 안무가는 2012년 이후 새 작품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한편, 주인공 루카 역에 고메스와 함께 캐스팅된 조너선 올리비에르는 8월 9일 런던 투어의 마지막 공연을 앞두고 공연장 인근 도로에서 교통사고로 숨졌고, 당일 공연은 취소됐다.

글 한정호(런던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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