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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만의 리바이벌, 뮤지컬 ‘왕과 나’
여전히 불편한 오리엔탈리즘
글 김슬아(뉴욕 통신원) 2015-05-01 |   지면 발행 ( 2015년 5월호 - 전체 보기 )


▲ ⓒ Paul Kolnik


카리스마 넘치면서도 빈틈 있는 율리 브리네르와 매력적이고 당찬 백인 여성 데버러 커가 ‘쉘 위 댄스?’에 맞춰 춤추는 장면이 머릿속에 남아 있다면 1956년에 개봉한 명화 ‘왕과 나’를 본 것이리라. 이 이야기는 본래 ‘애나와 시암의 왕’이라는 팩션을 원작으로 해 1951년 그 유명한 로저스·해머스타인에 의해 브로드웨이 뮤지컬 ‘왕과 나’로 선보인 것이다.

로저스·해머스타인은 작곡가 리처드 로저스와 극작·작사가 오스카 해머스타인 2세 콤비를 지칭하는 것으로, 두 사람의 탁월한 음악과 대본으로 인해 뮤지컬 탄생 시점부터 지금까지 최고의 콤비로 꼽힌다. 그 명성처럼 ‘왕과 나’의 음악과 대본 역시 탁월해 여전히 사랑받고 있다. 1996년 이후 약 20년 만의 브로드웨이 리바이벌로 무대에 오른 ‘왕과 나’의 프리뷰 공연을 보기 위해 4월 8일, 링컨센터 비비언 보몬트 극장을 찾았다.

사방을 이국적인 색감과 문양으로 장식한 가운데 커튼이 열리기 전 전체 뮤지컬 넘버를 아우르는 서곡이 경쾌하게 울려 퍼졌다. 경사가 가파른 객석에서 땅속 깊숙이 자리 잡은 연주자들의 얼굴이 보이는 특별한 무대 디자인은, 막이 오르고 그 위로 무대가 연장되면서 배가 관객의 코앞까지 들어오는 첫 장면으로 눈을 사로잡았다. 싱가포르에서 영어를 가르치기 위해 아들과 함께 시암(태국)으로 여정을 떠난 애나는 낯선 세계에 대한 두려움과 기대를 담아 첫 곡을 선사하는데, 본래 연극 무대로 쓰이기도 하는 극장이어서인지 스피커를 뚫고 나오는 큰 음량보다는 가수의 육성이 귓가에 와 부딪히는 것 같은 음향으로 더욱더 현실감 있게 들렸다.

영국의 미망인과 시암의 사람들이 처음 대면할 때는 의상과 움직임 등 양편의 시각적 대비를 통해 서로 다른 두 세계의 만남을 묘사했다. 애나의 아들 루이스는 수상이 발가벗었다고 소리치고, 시암 사람들은 애나의 페티코트로 부푼 드레스 속을 들춰보려고 하는 등 양측의 문화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게다가 왕 앞에서 모두 이마가 땅에 닿도록 머리를 조아리는 모습뿐 아니라 버마의 왕으로부터 선물로 도착한 텁팀 공주를 보고 애나는 큰 충격을 받는다. 왕과 애나는 사사건건 충돌하지만 왕자, 공주들의 사랑스러운 모습에 애나는 마음이 녹고 좌충우돌하는 가운데 두 사람은 각별한 우정을 나누게 된다.


▲ ⓒ Paul Kolnik

왕과 애나 외에 큰 인상을 준 두 명의 배역이 있다. 세자의 어머니, 우리 식으로는 중전인 왕후 티앙은 현명한 부인으로서 여러 위기 상황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영국의 여왕에게 야만인이라고 보고되어 위기를 맞이한 왕을 돕도록 애나를 설득한다. 한편, 몰래 사랑하는 연인이 있던 버마의 텁팀 공주는 연회에 선보인 무용극에서 연사로서 자신의 이야기를 ‘톰 아저씨의 오두막집’에 투영해 발표하는데, 이 무용극의 이국적인 음악과 무용은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기 충분했다. 왕후 티앙 역의 루티 마일스와 텁팀 역의 애슐리 박은 한국계 배우로서 ‘왕과 나’로 단번에 비중 있는 역을 거머쥔 데다 실력도 출중해 극에 기여한 바가 컸다. 앞으로 더욱 기대되는 두 배우다.

왕위를 물려받은 왕자가 서구의 영향을 받은 근대적 정책을 발표하는 것을 들으며 눈을 감는 왕의 병상 앞에서 대단원의 막이 내리기까지 극 전체의 모습에서 서구 문화는 근대적이고, 시암의 문화는 개선되어야 할 것으로 비쳐지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이것이 현재까지도 태국에서 ‘왕과 나’의 상영을 금지하는 이유다. 이러한 과도한 오리엔탈리즘은 수려한 음악과 화려한 시각 효과에만 매몰되어 있기에는 다소 불편하다. 극을 충분히 즐기고 나온 듯한 다른 관객의 생각이 궁금해지는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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