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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 오페라 시즌 화제작 네 편
감동과 실망 사이
글 장일범(음악평론가) 4/1/2015 |   지면 발행 ( 2015년 4월호 - 전체 보기 )



메트 오페라 시즌 화제작 네 편
감동과 실망 사이
오페라 스타는 물론 신예들까지, 다채로운 목소리를 한 자리에서 만나다


 


▲ ①극적 긴장감이 뛰어났던 버르토크의 오페라 ‘푸른 수염 영주의 성’ ②오페라 ‘욜란타’에서 열연을 펼친 메트 오페라의 심볼 안나 네트렙코 ③자유분방함의 극치로 돈 조반니를 연기한 페테르 마테이


스타 캐스팅과 다채로운 작품으로 승부하는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설 연휴 동안 2개의 신작을 포함한 4개의 2014/2015 시즌 작품을 나흘 연속 감상했다. 메트 오페라에서 카루소나·칼라스·파바로티·도밍고 같은 스타들도 세우지 못한 3시즌 연속 오프닝 공연의 위업을 이룬 ‘메트의 심볼’ 소프라노 안나 네트렙코는 메트에서 처음 상연된 새 프로덕션이자 차이콥스키의 마지막 오페라인 ‘욜란타’에서 눈먼 공주가 사랑으로 인해 광명을 찾게 되는 욜란타 역으로 무대에 섰다. 2월 18일, 파벨 스멜코브의 지휘 아래 네트렙코는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서 이미 같은 작품으로 호흡을 맞춘 보데몽 역의 피오트르 베찰라와 열연을 펼쳤다. 2중창과 피날레에서 이들의 화려한 기량이 빛을 발했다. 특히 이 날 배역 중 베찰라는 가장 빼어난 가창력을 보여주었지만 르네 왕 역의 알렉세이 타노비느스키와 로베르트 공작 역의 막심 아니스킨은 카리스마 없는 가창력이 실망스러웠다. 이 작품으로 메트에 데뷔한 폴란드 연출가 마리우슈 트렐린스키는 흑백의 모노톤으로 ‘욜란타’의 무대와 의상을 만들었다. 그는 아버지 르네 왕에 의해 숲속 오두막에 갇혀 환자처럼 지내는 슬픈 사슴 같은 캐릭터로 욜란타를 변신시켰는데 전체적으로 연출의 긴장감은 떨어졌다. 극적 긴장감은 오페라 ‘욜란타’와 함께 같은 날 공연한 버르토크의 ‘푸른 수염 영주의 성’이 매우 뛰어났다. 작품이 시작될 때 오페라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음향효과를 낸다던지 유디트가 문제를 던지고 푸른 수염영주가 대답해나가는 장면은 극에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마지막 푸른 수염 영주의 부인들이 모두 유령으로 등장하는 해석은 섬뜩하기까지 했다. 특히 유디트 역의 소프라노 미하엘라 마르텐스는 거대한 풍채에서 나오는 풍부한 가창이 돋보였지만, 푸른 수염 영주 역의 미하일 페트렌코의 성량은 풍부하지 못해 아쉬웠다.
2월 19일, 역시 두 대형 스타인 메조소프라노 엘리나 가란차와 테너 로베르토 알라냐가 부른 비제의 ‘카르멘’이 상연됐다. 2009년 12월 31일 메트 오페라 제야 갈라로 공연됐을 때 초연을 함께 했으며 DVD로도 출시된 바 있는 리차드 이어 연출 프로덕션의 두 주인공이 5년 만에 다시 함께 하는 무대였다. 엘리나 가란차를 2005년 빈 슈타츠오퍼의 마스네 ‘베르테르’에서 압도적이었던 롯테 역 이후 10년 만에 다시 보기에 상당히 기대를 했다. 그럼에도 DVD로 감상한 가란차와 ‘카르멘’은 그다지 잘 어울리는 레퍼터리가 아니라고 생각했기에 실제로 듣는 퍼포먼스가 과연 어떨지 궁금했다.
‘카르멘’의 대표 아리아 ‘하바네라’에서 초반 승부가 결정됐다. 뜨거워야 할 이 아리아를 그녀가 부르자 객석에서 시원찮은 박수로 화답했기 때문이다. 지적이고 우아한 메조소프라노 가란차와 이 역할을 수백 번 불렀을 베테랑 돈 호세 역의 테너 로베르토 알라냐는 지휘자 루이 랑그레와 함께 끝까지 이 작품을 뜨겁게 달구지 못했다. 리차드 이어의 예쁜 무대 위에서 펼쳐진 이들의 연기에는 불꽃 튀는 화학반응이 일지 않았다. 드디어 마지막 피날레 2중창 ‘그래, 당신이에요? 그렇소, 나요’. 투우장 안에서 에스카미요와 검은 소가 투우를 벌이는 동안 돈 호세와 카르멘도 결투를 벌이는 장면이다. 이때, 알라냐가 박자를 마구 빨리 앞서가는 결정적인 실수를 하고 말았다. 한참 뒤에 알아챈 알라냐가 노래를 멈췄고, 가란차에게 맞춰 다시 듀엣을 이어갔다. 스페인이나 이탈리아, 프랑스 같으면 야유가 쏟아질 법한 대목이다. 이때 프랑스 출신 지휘자 랑그레는 듀엣을 부르는 동안 단 한 번도 고개를 들지 않고 악보만 보며 지휘를 해 돌발 사태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 로시니 ‘호수의 여인’,
200년 만에 초연한 명작의 감동

▲ 메조소프라노 엘리나 가란차와 테너 로베르토 알라냐가 열연한 비제의 오페라 ‘카르멘’

2월 20일, 로시니가 1829년 나폴리에서 초연했지만 메트에서는 거의 200년 만에 역사적인 초연을 한 월터 스콧 원작 ‘호수의 여인’이 공연됐다. 세계 오페라 무대의 벨칸토 오페라를 평정하고 있는 두 성악가 메조소프라노 조이스 디도나토가 호수의 여인 엘레나로, 테너 후안 디에고 플로레스가 엘레나를 짝사랑하는 자코모 5세 왕으로 등장해 호흡을 맞췄다. 이 작품은 폴 쿠란의 고전적인 무대·의상·연출로 상연한 것으로 5년 전 파리 가르니에 오페라에서 상연할 때와 똑같은 캐스팅으로 진행됐다. 시종일관 밤의 세계를 그리다가 자코모 왕이 엘레나와 말콤의 결혼을 허락하고 반란군이었던 엘레나의 아버지마저 풀어주는 장면에서 그가 성군임을 보여주듯, 황금빛 낮으로 표현한 것이 극적인 대조를 이루었다. 조이스 디도나토와 후안 디에고 플로레스는 컴퓨터처럼 정확한 음정처리와 테크닉으로 벨칸토 성악의 진수를 들려주었다. 플로레스는 저음에서 고음까지 변함없이, 특히 전매특허인 초고음에서 고품질의 선명한 음색으로 탄성을 자아내게 했다. 미국 출신 메조소프라노 조이스 디도나토는 정확함과 정감 있는 목소리로 피날레 아리아 ‘이 멋진 순간에 풍부한 애정이’ 등을 불러 플로레스와 함께 청중의 뜨거운 갈채를 받았다. 엘레나가 사랑하는 반란군 기사 말콤 역의 바지 역할을 정말 남자인 것처럼 연기한 메조소프라노 다니엘라 바르첼로나도 1막의 ‘새벽의 노래’로 시작해 환상적인 멜리즈마 처리로 청중을 매료시켰다. 이 세 사람의 3중창과 반란군 기사 로드리고 역의 존 오스본, 후안 디에고 플로레스가 경합한 2중창, 3중창도 매우 흥미로운 테너들의 고음 대결이라는 진경을 들려주었다. 로시니의 가장 뛰어난 걸작은 아니지만, 벨칸토의 향연 그 최고 경지를 세 성악가에 의해 만끽할 수 있었다. 암보로 지휘한 미켈레 마리오티의 재능이 돋보인 이번 메트 방문의 최고 작품이다.
2월 21일, 마티네 공연으로 시작한 모차르트 ‘돈 조반니’는 뉴욕 필의 상임 앨런 길버트가 지휘하고 마이클 그랜지가 연출한 프로덕션이다. 서곡이 끝나고 레포렐로 역의 루카 피사로니의 신세 한탄 노래에 이어 스페인을 상징하는 창가의 덧문으로 가득한 집에서 돈나 안나를 농락하는 돈 조반니 역의 페테르 마테이가 등장하면서 극은 더욱 흥미진진해졌다. 이미 이번 시즌 신작 모차르트 ‘피가로의 결혼’의 알마비바 백작으로 객석에 즐거움을 선사한 스웨덴 바리톤 페터 마테이가 자유분방함의 극치로 여자에 미친 돈 조반니를 연기했으며, 토머스 햄프슨의 사위이자 지난해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서 레포렐로를 성공적으로 연기한 베이스바리톤 루카 피사로니가 더욱 훌륭해진 가창력과 무대 장악력으로 마테이와 환상의 호흡을 이루었다. 특히 이 두 장신의 저음 가수들이 무대 위에서 보여준 장난스런 연기는 청중에게 웃음을 안겨 주었다. 마제토 역의 아담 플라체트카에 이르기까지 주요 남성 배역들은 훌륭했으나 여성 배역들이 문제였다. 돈나 엘비라 역의 소프라노 에마 벨은 우아함과는 거리가 먼, 날카로운 소리를 질렀고 돈나 안나 역의 소프라노 엘자 반 덴 히버와 체를리나 역의 메조 소프라노 케이트 린지도 배역과 소리가 잘 맞지 않았다. 돈 오타비오 역의 테너 드미트리 코르착의 ‘나의 연인을 위로해 주오’도 크게 실패해 결과적으로 2막 후반부에 연속적으로 등장하는 오타비오·엘비라·안나의 아리아들은 기교적으로도 성공하지 못한 지겨운 장기자랑이 되고 말았다. 하지만 페터 마테이와 루카 피사로니의 활약이 돋보여 즐길만한 공연이었다.

글 장일범(음악평론가) 사진 Marty Sohl/Metropolitan Ope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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