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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 시스테마 창립자 호세 안토니오 아브레우
지나온 3년, 다가올 30년
글 김선영 기자 11/1/2013 |   지면 발행 ( 2013년 11월호 - 전체 보기 )




지난 10월 15일, 베네수엘라 엘 시스테마 창립자인 호세 안토니오 아브레우 박사와 카라카스 유스 오케스트라가 한국을 찾았다. 우리나라 꿈의 오케스트라와의 합동공연을 위한 이번 방문은 양국 간에 새로운 약속과 도전을 남겼다. ‘엘 시스테마 코리아’ 꿈의 오케스트라가 시작된 지 올해로 3년. 음악을 통한 본격적인 변화의 발걸음은 이제 시작이다.

 

“음악으로 즐거운 게 무엇인지 느낄 수 있었다”

지난 10월 20일, 서울 덕수궁 중화전 앞에는 흐뭇한 풍경이 펼쳐졌다. 늘 조용하기만 하던 평소의 덕수궁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시끌벅적한 아이들의 소리며, 갖가지 악기 소리까지. 베네수엘라 카라카스 유스 오케스트라와 한국 꿈의 오케스트라가 합동 공연을 준비하는 모습은 그야말로 진풍경이었다. 중화전 앞에 마련된 특설 무대에 선 200여 명의 아동·청소년들이 한 데 모여 뿜어내는 에너지는 그 자체만으로도 지켜보는 이들에게 감격과 놀라움을 주기에 충분했다. 이틀간의 짧은 연습 기간 동안 악으로 교감해온 양국의 아이들은 언어 대신 눈빛을 맞추고 음악으로 소통하는 방법을 완전히 터득한 듯했다. 더군다나 이 아이들의 특별한 유대감은 이틀 전인 18일, 아이돌 가수 콘서트장을 방불케 한 카라카스 유스 오케스트라의 내한 공연 자리에서도 이미 확인한 터였다,
뜨거운 가을볕이 한풀 꺾인 오후 5시, 무대 위 조명이 켜지고 200여 명의 아이들이 무대 위에 올랐다. 아이들의 얼굴에 긴장과 웃음이 교차하는 가운데, 카라카스 유스 오케스트라의 지휘를 맡고 있는 디트리히 파라데스가 등장했다. 이윽고 차이콥스키 ‘1812년 서곡’, 테렌지오의 ‘아이레스 데 베네수엘라’가 차례로 연주됐다. 공연 후반부에는 꿈의 오케스트라 부천을 이끌고 있는 지휘자 채은석이 나서 양방언의 ‘프런티어’와 베토벤 교향곡 5번 ‘운명’을 함께 연주했다. 앙코르로 연주한 ‘아리랑 서곡’ 이후 울려 퍼진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중 ‘맘보’에서는 아이들뿐 아니라 객석에 앉은 청중까지도 너나 할 것 없이 리듬에 맞춰 흥겨운 시간을 가졌다.
공연이 끝난 후, 무대에 섰던 한국 어린이 몇 명을 만날 수 있었다. 그중 한 아이는 “합동 공연을 준비하면서 말도 안 통하고, 연주를 맞추는 데에 어려운 점도 많았지만 ‘맘보’를 연주할 때 힘든 맘이 다 날아갔다. 음악으로 정말로 즐거운 게 무엇인지 느낄 수 있었다”라는 소감을 들려주었다. 사는 곳도 생김새도 언어도 모두 다르지만, 문화적 배경을 초월해 음악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서로 하나 되는 방법을 체득한 시간임에 분명했다.
이번 합동 공연을 위해 꿈의 오케스트라는 오디션을 통해 전국 각지의 거점 기관별 꿈의 오케스트라 아이들 가운데 90여 명을 선발해 7월부터 4개월간 합동 공연을 준비해왔다. 당시 오디션을 진행했던 관계자 말을 들어보니, 면접과 실기로 이뤄진 오디션에서 실력뿐 아니라 참여하려는 의지 또한 합격 당락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였다고 했다. 꿈의 오케스트라를 통해 합주를 시작한 지 길어야 2년 정도 된 아이들에게 이번 합동 공연은 ‘잘하고 싶다’ ‘꼭 해내고 싶다’는 동기 부여뿐 아니라 자존감을 향상시키는 자극제가 됐다. 38년 전 베네수엘라에서 시작된 엘 시스테마가 지구 반대편 한국에서 꿈의 오케스트라로 싹을 피운 지 3년째 되는 해의 일이었다.

지구 반대편에서 시작된 물결을 따라

“모든 어린이들은 언제든 자유롭게 예술을 접할 수 있어야 한다.” 1975년, 호세 안토니오 아브레우 박사의 외침은 현재 세계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는 큰 물결이 됐다.
LA 필 최연소 상임 지휘자 구스타보 두다멜, 베를린 필 최연소 더블베이스 주자 에딕손 루이스. 모두가 잘 알고 있듯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베네수엘라 국립 청년 및 유소년 오케스트라 시스템 육성 재단(이하 엘 시스테마)을 통해 음악을 시작했다는 점이다. 아브레우 박사의 말처럼 예술을, 음악을 자유롭게 가지고 놀던 아이들은 가정과 사회와 국가, 더 나아가 세계를 변화시키고 있는 물결 속에서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다. 그리고 그 역사는 지금도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현재까지 40만 명에 가까운 아이들이 베네수엘라 엘 시스테마를 거쳐 갔다. 그 가운데에는 전 세계적으로 활동하는 전문 연주자들도 배출됐다. 하지만 엘 시스테마는 단순히 음악영재를 키워내고 음악적 재능만을 훈련시키는 프로그램이 아니다. 엘 시스테마의 가장 큰 비전은 사회·문화·경제적으로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거나 소외받는 아이들에게 소속감과 책임감을 부여해주고 삶에 대한 희망과 의지를 심어줘 미래를 바라보게 하는 데에 있다. 때문에 훗날 이 아이들이 음악가로 살아가게 되는지 여부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엘 시스테마를 통해 자신의 재능과 비전을 발견하고 사회 구성원으로서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다면, 그 수단이 음악이든 미술이든, 다른 무엇이든 크게 상관없다는 것이다.
베네수엘라 엘 시스테마에서는 아이들이 악기를 잡을 수 있는 시기가 되면 나이와 상관없이 악기가 무상으로 주어진다. 앙상블에 참여하겠다는 아이들의 의지만 있으면 수업료뿐 아니라 교통비 등 음악 교육에 필요한 것들이 무료로 제공된다. 아이들은 평균 6주간 하루에 4시간씩 지역 거점 기관에서 음악을 배워나간다. 모든 학습은 그룹 형식으로 이뤄진다. 교사의 지도 아래 한두 음계를 먼저 배운 아이들은 새롭게 배우기 시작하는 아이들을 가르쳐주고, 서로 배우며 성장한다.
엘 시스테마의 흐름은 빠르게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국내 한 논문에 따르면, 1990년대부터 2012년까지 전 세계 6개 대륙 52개국에서 엘 시스테마형 교육 운동의 도입과 실험이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한국은 2010년부터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주관하는 ‘꿈의 오케스트라’가 2012년 2월, 아시아에서는 가장 먼저 베네수엘라 엘 시스테마와 업무 협약을 맺어 ‘엘 시스테마 코리아’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꿈의 오케스트라는 전국의 지역별 문화재단과 오케스트라와의 협력을 바탕으로 한 지역 거점 기관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2010년 8개 지역 시범운영을 시작으로 2011년부터 본격적으로 1기 네트워크를 출범했으며, 2012년 베네수엘라 엘 시스테마와 업무 협약을 맺으면서 그 규모가 급속도로 확대되어 2011년 9개 지역 거점 기관에서 425명이 꿈의 오케스트라로 참여했던 숫자가 2013년 현재 전국 30개 지역에서 1,600여 명의 아동·청소년이 교육을 받고 있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은 꿈의 오케스트라 전체 사업의 로드맵을 구성해 각 지역 거점 기관에 지속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 베네수엘라 엘 시스테마와 비슷한 방식이다. 여기에 교보재 개발 및 제공, 교수법 공유와 워크숍, 해외 연수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강사를 교육하고 선발하는 것도 꿈의 오케스트라를 운영하는 데 있어 중요한 축이다. 전국에 위치한 30개의 거점 기관은 해당 지역의 아동·청소년들을 대상으로 꿈의 오케스트라를 구성한다(여기에는 저소득층·조손가정·다문화가정 등 다양한 사회취약 계층의 아이들과 일반 가정의 아이들이 7대 3의 비율을 차지한다). 또 아이들에게 악기를 무상으로 대여해주고, 합주 중심의 음악 교육을 진행한다. 전체적인 로드맵과 가이드라인은 예술교육진흥원이 제시하지만, 베네수엘라 엘 시스테마처럼 지역 거점 기관별로 환경 조건과 특성에 따른 탄력적인 커리큘럼을 진행하고 있다.
꿈의 오케스트라 운영 사업의 전체 예산 46억 8백만 원 가운데 60퍼센트는 30개 거점 기관별 악기 구매 및 강사료 등 운영비로 사용되고 있다. 전국 거점 기관에 소속된 꿈의 오케스트라 아동들이 함께 모이는 전국 단위 프로그램인 이음캠프나 합동 공연 등에 17퍼센트 가량이 소요된다. 이 외 오케스트라 교육 자료 및 개발 연구와 보급에 10퍼센트, 전문 강사 선발과 연수 등 인력 양성에 4.5퍼센트 가량이 쓰인다.
지난 2012년 베네수엘라 엘 시스테마와의 업무 협약을 이끌어내기까지 주도적인 역할을 했던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박재은 원장은 “한국과 베네수엘라의 정서나 시스템이 다르다 보니 엘 시스테마의 교육철학을 한국에 맞게 창의적으로 적용해 운영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엘 시스테마 교육 키워드 중 하나인 ‘합주’를 통해 교육 철학이 아이들에게 스며들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더불어 “짧은 기간 동안 꿈의 오케스트라 사업이 성과를 이룬 부분은 양적인 팽창보다 음악을 통해 아이들에게 필요한 인성적 가치관이 부여되고 향상된 점”이라고 전했다.




“엘 시스테마는 여전히 성장 중인 시스템”


올해로 창설 38년째를 맞이한 베네수엘라 엘 시스테마와 3년차에 들어선 한국 꿈의 오케스트라. 꿈의 오케스트라는 현재 전국 30개의 거점 기관에서 1,600여 명의 아동들이 음악 교육 혜택을 받을 정도로 급속도로 성장했다, 하지만 한국뿐 아니라 엘 시스테마 프로젝트를 시행하고 있는 국가들을 보면 3, 4년차 안정기·자립기에 들어서면서, 지역적·국가적 특성에 따른 문제점들이 나타나고 있다.
거점 기관별 사업 첫 종료 시점인 3년차를 맞이한 꿈의 오케스트라는, ‘시작했다’에서 더 나아가 ‘어떻게 유지하고 발전시킬 것인가’가 중요한 시기에 다다랐다. 그래서 이미 이와같은 과정들을 지나 새로운 발전 도약기를 준비하고 있는 베네수엘라 엘 시스테마의 창립자인 아브레우 박사와의 이번 만남은 더욱 중요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 2010년 서울평화상 수상 이후, 몇 년 사이에 악화된 건강을 회복 중인 아브레우 박사는 거동에 제약이 상당함에도 불구하고 꿈의 오케스트라와의 교류를 위한 한국행을 망설임 없이 택했다. 직접 마주한 박사는 2010년 한국을 찾았을 때보다 왜소해진 체구에, 혼자서는 걷는 것조차도 쉽지 않은 모습이었다. 그럼에도 엘 시스테마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만큼은 빛나는 눈빛과 분명한 어조로 자신의 생각을 피력했다. 다음은 아브레우 박사와의 일문일답.

2010년 서울 평화상 수상 이후, 2년 만의 내한이다. 이번 방문을 결정한 계기는 무엇인가.
오래전부터 계획했던 일이다. 그럼에도 이번 방문이 가능했던 이유는 많은 지휘자들이 과거 베네수엘라를 방문했고, 사라 장과 같은 훌륭한 음악가들이 방문하여 우리와 협연한 적도 있어서다. 한국은 베네수엘라와 아주 좋은 관계를 가진 나라 중 하나다. 이런 음악적 관계로 한국에 당연히 다시 오리라 생각했다. 더불어 아주 젊지만 비르투오소적인 정신을 가진 카라카스 유스 오케스트라를 한국 관객에게 다시 한 번 소개하고 싶었다.

베네수엘라 엘 시스테마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각기 대륙과 국가의 상황에 필요에 따라 적용할 수 있는, 유연성 있는 구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엘 시스테마를 처음 구상할 당시 처음부터 해외 확산을 염두에 두고 있었나.
1975년 2월 12일 엘 시스테마에 의한 첫 오케스트라가 탄생했고, 6년 만에 콜롬비아에서 해외 첫 무대를 섰다. 그 다음 해엔 멕시코를 방문하게 되었고 이런 일들이 계속 늘어갔다. 처음엔 지금처럼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리라 예상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성공에 대한 확신은 분명히 있었다.

초창기 엘 시스테마가 베네수엘라 안에서 발전하고 확장되어갈 때, 이러한 프로젝트를 받아들이기 힘들어하거나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은 없었나.
아마 그런 사람들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장벽 없이 엘 시스테마에 참여하고 싶어 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러면서 중요하게는 엘 시스테마와 반대되는 철학을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동의를 표하지 않았다. 사회를 다루는 데 있어 가장 기본적인 원칙 중 하나는 대화를 통해 모든 것을 해결하는 것이다. 가족과 대화하고, 학생들이 속한 공동체와 대화하고, 정부와 대화하는 것이 우리들의 기본 지침이다.

엘 시스테마의 중요한 부분 중 하나는 전문 인력, 즉 교사이다. 베네수엘라에서는 오랜 시간에 걸쳐 엘 시스테마 교육이 진행됐기 때문에 현재 이 시스템을 통한 교사들이 배출됐고. 이들이 엘 시스테마의 가치관을 다음 세대의 아이들에게 전수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재 한국은 엘 시스테마형 교사를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키워내야 하는 상황이다. 지금까지 도제식, 일대일 방식에 길들여진 사람들이 엘 시스테마 교사로 나설 때 꼭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점차적으로 해결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선생님이 학생들과 많이 연습을 해보는 것이 중요하고, 두 번째로 선생님이 학생을 많이 가르치는 경험이 있어야 한다. 이것이 가능하려면 다른 나라 선생님들과 교류하는 가운데, 공존하는 방법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나눠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번 아시아 투어가 이를 위한 첫 번째 단계가 될 것이고, 만약 내년에 꿈의 오케스트라의 카라카스 방문이 이뤄진다면 그것이 두 번째 단계가 될 것이다. 또한 이 모든 것이 가능해지기 위해서는 양국이 전적으로 정부 차원에서 이 모든 것들을 지원해나가야 한다. 베네수엘라에서는 현재 대통령 직속으로 이러한 부분을 지원해나가고 있다. 한국에서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이 사업을 보다 적극적으로 지원해주길 기대한다. 이러한 정부 차원의 노력이 있어야만 양 국가 간의 협력에 있어서 공적인 차원뿐 아니라 예술적인 차원까지 교류가 가능할 것이라 생각한다. 더불어 이와 관련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는 한국문화예술진흥원 박재은 원장을 잘 알고 있다. 그와 함께 일하는 모든 사람들의 노력과 효율성의 측면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협력을 통해서 앞으로 일년 안에 양국 간의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교류가 가능할 수 있도록 노력해나갈 생각이다.
어떤 방식의 음악 교육이든 기본적으로 접촉 빈도와 시간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현재 한국 어린이들은 학교에서의 공교육이 끝난 후 사교육을 받거나 공교육의 연장선에서 방과후학습 같은 추가 교육을 받는 구조 아래 놓여 있다. 꿈의 오케스트라를 운영하는 한 거점 기관의 수업은 주 1회 2시간에서 주 2회 5.5시간, 연 72회 197시간 정도다. 개인적으로는 베네수엘라에 비해 한국에서 이뤄지는 엘 시스테마 교육 시간이 현실적으로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어려움이 한국에 있더라도 결과는 베네수엘라 어린이들이 얻은 것과 마찬가지일 것이다. 어린이들은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도록 만드는 재주가 있고, 그들 스스로 음악적인 발전 속도가 점차 빨라진다는 것을 느끼는 순간, 그것이 바로 자극제가 되기 때문이다. 더불어 음악 연습이라는 것은 항상 집단적으로, 공동체가 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것 자체도 좋은 자극제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시간의 길이보다는 함께 모여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오래지 않아 한국 역시 베네수엘라 어린이들과 같은 결과를 얻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현재 엘 시스테마 프로젝트가 이뤄지고 있는 한국뿐 아니라 북미권 등 안정기·자립기 단계에 들어서는 지역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문제 중 하나는 사회에서 자리를 잡고 있는 기존의, 많은 음악 교육 시스템과의 관계를 정립하는 부분이다.
기존에 존재하는 다른 시스템들과 같이할 수 있는 활동을 실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연주회, 마스터클래스 같은 프로그램, 음악 캠프 등을 함께 주최하는 것, 지속적으로 교류 연주를 갖는 것이 좋은 방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엘 시스테마의 철학에 대해 확신을 갖고 있는 선생님들이 새롭게 합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엘 시스테마를 두고 “여전히 성장 중인 시스템”이라고 말했다. 현재 베네수엘라에서 40만 명에 가까운 아이들이 엘 시스테마의 혜택을 누리는 것에서, 앞으로 100만 명까지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했는데, 이를 위해 특별히 계획하고 있는 프로그램이 있는가.
특별한 계획보다는 우선적으로는 교사들을 양성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두 번째로는 아직 엘 시스테마 혜택을 받지 못한 아이들을 새롭게 영입해야 한다. 그리고 이미 기존의 거점 기관을 통해 연결되어 있는 공동체의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것과, 여기에 정부가 활발하게 나서서 공동체 교육을 지속할 수 있도록 지원해준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앞으로 새롭게 들어오는 아이들은 이미 기존의 학교에서 교육을 받고 있는 아이들이다. 그중에는 음악학교에서 상당한 교육을 받고 있는 아이들도 있을 것이다. 이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하나로 합쳐지게 된다면 이후의 교육은 더욱 수월하게 될 것이다.
과거 한 인터뷰에서 “엘 시스테마와 같은 장기 프로젝트의 아킬레스건은 단기적인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지속 가능한 프로젝트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인내와 끈기라는 말로 정의할 수 있을 것 같다. 지속적인 노력을 하고 끈기를 통해 이것을 실현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을 위해 먼저 교사들을 지속적으로 교육시키는 것이 중요하고, 둘째로는 아주 큰 도전이라고 할 수 있는 가족들을 설득시켜 지지와 지원을 얻는 것이 중요하다. 마지막으로는 공동체의 지원을 받아 이 노력들을 끈기 있게 이뤄나가야 한다. 이와 동시에 중요한 것은 국가의 자발적 지원 의지이다. 국가라는 기관이야말로 사회적 자원을 가장 효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곳이기에 도움이 전적으로 필요하다.

변화는 쉽게 이뤄지지 않는다. 게다가 음악을 통해 한 사람으로 시작된 변화를 가정·학교·사회로 확산시키기 위해서는 절대적인 시간 속에서 많은 이들의 희생과 인내가 요구된다.
현재 꿈의 오케스트라를 진행하고 있는 각 거점 기관별 사업 기간은 3년이다. 2011년 사업 시작 당시에 선정된 거점 기관은 올해가 사업 마지막 해인 셈이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측은 3년차 거점 기관을 대상으로 지역별로 자립할 수 있는지를 평가해 지역협력기관으로 선정할 예정이라고 했다.
지나온 3년과 다가올 30년. 아브레우 박사의 이야기처럼 장기적인 안목 아래 국가의 자발적인 지원과 구성원들의 관심과 끈기 그리고 아낌없는 지원 없이는 결코 걸어갈 수 없는 길이다.

글 김선영 기자(sykim@) 사진 채우룡(studio rara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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