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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윌리엄스❷
하종욱의 20세기 클래식
글 하종욱(음악 칼럼니스트) 4/1/2015 |   지면 발행 ( 2015년 4월호 - 전체 보기 )




여전히 건재한 소리의 마법사


20세기, 그리고 21세기 초반 음악사의 미국적 가치를 대변하다




액션·블록버스터를 넘어 멜로·로맨스까지

조지 루카스(제작)·스티븐 스필버그(감독)·존 윌리엄스(음악)의 삼위일체로 완성된 영화 ‘인디아나 존스’ 역시 윌리엄스 영화음악의 모범 답안을 충실히 제시한 작품이다. 관악기의 강건한 멜로디를 앞세우고, 현악기와의 조화로운 앙상블, 경쾌하고 위트 넘치는 리듬을 가미한 ‘레이더스 마치’ 등의 테마는 윌리엄스식 할리우드 활극 음악의 전형이다. 1981년 영화 ‘레이더스’에서 시작된 여정은 1984년 ‘미궁의 사원’, 1989년 ‘최후의 성전’으로 이어지며 1980년대를 대표하는 액션 어드벤처로 자리매김했다.

루카스와 스필버그의 액션·블록버스터에만 윌리엄스의 가치가 제한된 것은 아니었다. 1987년 아카데미상에 나란히 노미네이트된 영화 ‘태양의 제국’과 ‘이스트윅의 마녀들’도 그랬고, 1988년 작 ‘우연한 방문객’에서는 섬세하고 서정적인 작곡으로 호평을 받았다.

1989년 발표한 올리버 스톤 감독의 영화 ‘7월 4일생’에서도 윌리엄스는 종래의 작곡 기법과 사뭇 다른 새로운 방식으로 영화의 의도에 녹아들었다. 베트남전 당시에 유행한 ‘My Girl’ ‘Brown Eyed Girl’ ‘Venus’ ‘Moon River’ ‘American Pie’ 같은 포크· 사이키델릭 록·재즈의 히트곡을 삽입해 미국의 시대상을 거울처럼 비췄다. 그해 스티븐 스필버그와 함께한 영화 ‘영혼은 그대 곁에’에서는 ‘Smoke Gets In Your Eyes’를 주제곡으로 장착하고 자신이 작곡한 곡을 소품처럼 안배했다. 앞의 작품들에서 윌리엄스는 작곡뿐 아니라 영화를 이해하는 능력, 관객과 정서적으로 소통하는 탁월한 감각을 지녔음을 입증했다.

1990년대에도 윌리엄스는 쇠퇴하지 않았다. 어쩌면 새로운 전성기를 구가했다고 볼 수 있다. 1990년 작 ‘나 홀로 집에’의 성공은 윌리엄스에게 새로운 고객, 세대와의 만남을 주선했다. 윌리엄스는 가족 영화에 걸맞게 친숙한 크리스마스캐럴의 삽입, 신비하면서 유머러스한 음색과 분위기, 장난감 같은 타악기의 톤과 리듬을 극적으로 사용하면서 유쾌한 동화의 흥미를 상승시켰다. 차이콥스키의 ‘사탕요정의 춤’ ‘호두까기 인형’과 프로코피예프의 ‘피터와 늑대’를 연상시켰다. 이는 영화감독 크리스 콜럼버스가 1992년 작 ‘나홀로 집에 2’와 2000년대 영화 ‘해리 포터’ 시리즈에서도 윌리엄스를 찾게 된 이유가 되었다.

1990년대 윌리엄스·스필버그 콤비의 명작

1990년대를 맞아 영화 ‘나 홀로 집에’를 시작으로 ‘의혹’ ‘스탠리와 아이리스’, 1991년 ‘JFK’ ‘후크’, 1992년 ‘파 앤드 어웨이’ ‘나 홀로 집에 2’ 그리고 1993년 ‘쥬라기 공원’에 이르기까지 윌리엄스의 능력은 유감없이 발휘되었다. 1993년, 윌리엄스는 그의 명성에 새로운 작위를 더하게 되는, 의미심장한 작품과 만나게 된다. ‘영혼의 콤비’ 스필버그와 협력해 만든 영화 ‘쉰들러 리스트’다.

윌리엄스가 작곡한 테마는 유대인 망명 작곡가 에리히 볼프강 코른골트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반영한 것이었다. 이츠하크 펄먼이 연주한 비장한 바이올린 선율과 이를 조용히 감싸는 현·목관악기의 따스한 하모니는 다시금 세계 관객의 눈시울을 적시게 했다. 현악기와 피아노를 중심으로 풀어낸 윌리엄스의 작품은 포화 속에서 핀 들꽃처럼 순결한 감동과 사색을 안겨주기에 충분했다. 아카데미상과 인연이 많지 않던 스티븐 스필버그에게 영화 ‘쉰들러 리스트’는 작품상을 비롯해 일곱 개 부문에서 수상하는 영광을 안겨주었고, 윌리엄스도 다섯 번째 아카데미상을 수상했다. 그래미상의 선택도 마찬가지였다.

영화 ‘쉰들러 리스트’의 호평에 취할 틈도 없이 윌리엄스는 끊임없는 작업 의뢰에 숨 가빴다. 영화 ‘사브리나’ ‘닉슨’(1995년), ‘슬리퍼스’(1996년), ‘쥬라기 공원 2’ ‘티베트에서의 7년’ ‘아미스타드’ ‘로즈우드’(1997년), ‘스텝맘’ ‘라이언 일병 구하기’(1998년), ‘스타워즈 에피소드 1-보이지 않는 위험’ ‘안젤라스 애쉬스’(1999년) 등은 세기말에 윌리엄스의 연필과 지휘봉을 거쳐간 주요한 필모그래피다.

그중에서도 ‘라이언 일병 구하기’는 주제가로 사용된 ‘Hymn To The Fallen’ 한 곡만으로도 높이 평가받아 마땅한 역작이다. 총 네 개 부분으로 구성된 이 장중한 성가곡은 스네어 드럼·팀파니가 피워내는 전운 사이로 클라리넷 솔로, 오케스트라 그리고 숭고한 합창이 어우러진, 그 자체로 완벽한 기승전결 드라마였다. 오케스트라가 주도한 곡들이 극 전체를 감싸고 있음에도 포성이 난무하는 전투의 장면에는 음악조차 개입되지 않은 채 전장의 사실적 묘사를 꾀한 것도 스필버그와 윌리엄스의 귀한 선택이었다.


21세기에도 변치 않는, 현재진행형 작곡가

20세기의 마지막 30년을 영화음악으로 지배한 윌리엄스의 능력은 2000년대에도 유효했다. 어느덧 70대를 맞이한 노장에게 휴식은 허락되지 않았다. 그가 참여했던 과거의 대표작들이 새로운 시리즈로 발표됐고, 새로운 제작자와 영화감독들이 윌리엄스의 기품과 감각을 원했다. 영화 ‘스타워즈’는 1999년 ‘스타워즈 에피소드1 보이지 않는 위험’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여섯 편의 연작으로 새로운 흥행 기록과 함께 ‘스타워즈 신드롬’을 양산했다. ‘스타워즈’를 보고 듣고 자란 세대가 부모가 되어 그들의 자녀와 함께 환호하고 공감하는 현상이 발생했다. 윌리엄스의 음악은 새로운 세대를 위한 주제곡으로도 손색없는 ‘고전’이 되었다. 1989년 세 편 이후 멈춘 영화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도 20년의 세월을 딛고 2008년 ‘인디아나 존스 4-크리스탈 해골의 왕국’으로 복귀했다. 2006년 영화 ‘슈퍼맨 리턴즈’를 공개했을 때, ‘슈퍼맨’의 주인공과 감독은 바뀌었지만 음악감독인 윌리엄스만은 제자리를 지켰다.

2000년대 윌리엄스의 작품 중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영화 ‘해리 포터’ 시리즈다. 총 일곱 편의 연작으로 상영한 영화에서 윌리엄스는 2004년에 발표한 ‘해리 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까지만 참여했으나, 세인에게 각인된 ‘해리 포터’의 음악은 윌리엄스가 안겨준, 마법처럼 신비한 오리지널 스코어였다. 윌리엄스는 영화 ‘해리 포터’의 주제곡에서 글로켄슈필의 음색을 닮은 악기 첼레스타를 사용해 해리 포터와 마법사, 마법학교의 이미지를 형상화했다. 영화 곳곳에는 자신이 저술한 판타지 영화음악의 사용법이 풍부하게 드러났다. 현악의 트레몰로, 하프의 글리산도뿐 아니라 각 악기의 음색과 질감을 최대한 활용해 특수 효과 같은 음악적, 음향적 효과로 해리 포터를 완성했다.

스필버그와 윌리엄스의 오래된 약속, 굳건한 결연은 21세기에도 변함없었다. 영화 ‘A.I.’(2001년), ‘마이너리티 리포트’ ‘캐치 미 이프 유 캔(2002년), ‘터미널’(2004년), ‘우주전쟁’ ‘뮌헨’(2005년), ‘틴틴: 유니콘호의 비밀’ ‘워 호스’(2011년), ‘링컨’(2012년), 스필버그가 제작자로 참여한 ‘게이샤의 추억’(2005년)에 이르기까지 40년을 이어온 두 거장의 우정과 신뢰의 맹세는 한결같았다. 2014년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영화 ‘책도둑’을 통해 생애 49번째 아카데미상 후보로 추천된 윌리엄스는, 83세의 나이에도 현재진행형 아티스트로 살아가고 있다. 영화·드라마 음악의 작곡 활동 외에도 윌리엄스는 1969년부터 2014년까지 50여 곡의 교향곡·협주곡·실내악 작품을 발표했으며, 지휘자로도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윌리엄스에 의해 공식처럼 인식되어온 할리우드 액션 영화의 주제곡 양식은 다이내믹한 관악기의 솔로, 앙상블과 함께 40년의 시간을 메아리쳤다. 그가 빚어낸 멜로디와 리듬, 그리고 앙상블은 20세기와 21세기의 음악사·예술사에 가장 익숙한 주제부가 되었다. 우리는 그의 음악을 어렵지 않게 흥얼거리며 영화의 이미지를 기억한다. 영화 속 장면, 스토리는 지워져도 결코 지워지지 않는 중독성 강한 사운드가 곧 윌리엄스 음악의 비밀이자 마법이다. ‘빰-빰- 빠바바빰빠’만 나오면 절로 심장이 뛰고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영화 ‘스타워즈’, ‘빠-밤, 빠-밤, 빠밤 빠밤 빠밤’의 사운드만으로 긴장과 공포를 자아내는 영화 ‘죠스’, ‘빰 빠바바빰’과 함께 빛의 속도로 활공하는 영화 ‘슈퍼맨’, ‘빰빠라빰빰 빠바빰’으로 신명난 모험과 액션을 누리게 해주는 영화 ‘인디아나 존스’가 그렇다.

하지만 윌리엄스의 음악적 특징을 관악기와 행진곡의 강조로 규정지을 수는 없다. 영화 ‘지붕 위의 바이올린’에 깃든 애수, 영화 ‘쉰들러 리스트’에 감돌던 비장미와 서정,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의 웅장함과 숭고함은 작곡가 윌리엄스의 음악에 드리워진 드넓은 음악적 폭을 설명해준다. 그는 자신에게 맡겨진 영화가 향하는 목적에 걸맞은 표정·이미지를 소리로 찾아주곤 한다. 윌리엄스는, 음악의 역사가 남겨놓은 무수한 유산을 아낌없이 사용해 이를 창조적으로 자기화한 ‘소리의 마법사’다. 20세기, 그리고 21세기 초반의 음악사에서 미국적 가치를 대변한 작곡가를 찾는다면, 정답은 존 윌리엄스일 것이다.

 

추천 앨범


La Collaboration Steven Spilelberg&John Williams

40여 년간 두터운 우정을 이어온 스필버그·윌리엄스 콤비의 결정체를 담은 음반이다. 윌리엄스는 자신이 이끄는 보스턴 팝스 오케스트라를 통해 스필버그와 함께한 소중한 기억을 재생한다. 영화 ‘죠스’ ‘인디아나 존스’ ‘E.T.’ ‘태양의 제국’에 이르기까지 13곡의 수록곡에는 두 거장의 우정만큼 짜임새 있는 오케스트레이션이 보장된다. 굳이 ‘팝스 오케스트라’로 읽지 않아도 좋을, 관현악 작품집이다.


A Tribute To John Williams An 80th Birthday Celebration

2012년, 윌리엄스의 80회 생일을 축하하는 기념 공연의 기록. 윌리엄스는 보스턴 팝스 오케스트라와 스카이워커 심포니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며 이 성대한 축연을 자축했다. 이츠하크 펄먼과 요요 마가 특별 초대된 이 공연에서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영화 ‘틴틴: 유니콘호의 비밀’ ‘사브리나’ ‘워 호스’ 등을 새로이 조명해 눈길을 끈다. 윌리엄스의 작곡 기법이 얼마나 다채로운지 각 곡에서 확인할 수 있다.


The Music of Star Wars: 30th Anniversary

영화음악과 관계된 수상이라면 최다 수상 기록을 독점하고 있는 이 욕심 많은 작곡가의 작품 중 단 하나를 꼽아야 한다면, 영화 ‘스타워즈’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스타워즈’ 탄생 30주년을 기념해 발매한 음반은 일곱 장의 CD와 오리지널 LP 패키지, 포스터 등이 담긴 한 장의 CD-ROM으로 구성된 에디션이다. 20세기 영화음악사에 길이 남을 관현악, 현대음악 작품집의 원형이라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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