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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일스 데이비스②
끝나지 않은 혁명
글 하종욱(음악 칼럼니스트) 1/1/2015 |   지면 발행 ( 2015년 1월호 - 전체 보기 )



새로운 재즈가 던진 거대한 파장

1960년대 말, 마일스 데이비스는 지미 헨드릭스의 음악에 심취했다. 언제나 재즈의 새로운 패션을 갈구했던 마일스 데이비스였지만, 지미 헨드릭스의 마성은 마일스 데이비스에게 신천지로의 탐험과 모험을 열어주는 계시였다. 1969년 8월에 녹음된 ‘Bitches Brew’는 록과 재즈를 부분적으로 결합시킨 일련의 실험과 과정들을 응집시켜 한꺼번에 폭발시킨 가공할 혁명이었다. 이 작품을 이야기하면서 흔히 거론되는 일렉트릭 사운드와 록비트는 이 거대한 혁명의 표피에 불과했다. 그보다는 마일스 데이비스가 표현하고자 했던 원시적인 주술 세계, 이를 실체화하기 위해 끌어들였던 새로운 모드들과 프리재즈의 집단 즉흥연주의 수용은 일렉트릭 사운드와 폴리리듬과 어울리면서 재즈를 1970년대의 예술로 거듭나게 했다. 마일스 데이비스를 위시한 세션들은 리듬과 멜로디의 정형을 파괴하며 극단적인 즉흥연주를 분출했다. 그것은 집단 주술, 집단 환각의 제사적 의미로서 음악에 가까웠다. ‘Bitches Brew’는 표류하고 있던 재즈에 마일스 데이비스가 내린 은혜로운 축복인 동시에 재즈를 유지시켰던 이상과 목표와 결별하는 위험한 저주이기도 했다.

마일스 데이비스가 데려왔던 ‘퓨전재즈’라는 사생아를 향해 무수한 돌이 던져졌다. 그러나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재즈의 실험과 진화에 매진했다. 마일스 데이비스가 쏘아 올린 변혁의 깃발 아래 젊은 뮤지션들이 모여들었다. 허비 핸콕·칙 코리아·웨인 쇼터·조 자비눌·존 맥러플린·토니 윌리엄스 등은 마일스 데이비스를 떠나면서 퓨전재즈 유포의 임무를 완성했다. 퓨전재즈의 탄생, 확산의 과업을 진행하는 동안 마일스 데이비스의 트럼펫 연주에도 새로운 기운이 감돌았다. 그는 자신의 트럼펫에 전자 액세서리를 이용해 와와를 부착하고, 이펙터 처리를 강조했다. 뮤트 트럼펫은 지속시켰지만 이전의 정제된 프레이즈에서 이탈해 굴곡 많은 거친 프레이즈를 즐겨 사용했다.

1970년대 이후, 마일스 데이비스 음악의 주요한 변화 중 하나는 그가 인종적인 문제에 큰 관심을 보였다는 점이었다. 그의 흑인으로서 자의식은 최초의 흑인 헤비급 챔피언 잭 존슨에게 헌정하는 사운드트랙 ‘A Tribute To Jack Johnson’(1971)으로 귀착된다. 하드록, 하드코어 계열의 격렬한 록 사운드에서 강렬한 주제부가 섬광처럼 빛났던 앨범은 마일스 데이비스가 뜻했던 록과 재즈의 교배에 대한 완결된 보고서였다.

마일스 데이비스의 퓨전재즈에 대한 열의는 1970년대 중반까지 지속되었다. 그는 레귤러 멤버로 고정된 밴드에는 관심이 없는 듯 앨범마다 새로운 얼굴을 등용했다. 마일스 데이비스 스쿨, 마일스 데이비스 사단의 진가는 그의 말년에 수많은 졸업생들이 배출되면서 한층 빛을 발했다. 제임스 브라운의 영향을 받은 펑키 사운드에 대한 관심으로 탈바꿈했던 ‘On The Corner’(1972)에서는 존 맥러플린·칙 코리아·허비 핸콕을 제외하고는 데이브 리브먼·데이빗 크리머·해럴드 윌리엄스·콜린 월콧·빌리 하트·잭 드조네트·베니 모핀 등 모두 생소한 이름들이었다. 1974년 카네기홀 실황 앨범 ‘Dark Magus’에서는 지미 헨드릭스 스타일을 온전하게 보여주었던 도미니크 고몽의 활약이, 1975년 2월 일본 오사카 페스티벌홀 실황 앨범 ‘Agharta’ ‘Pangaea’에서는 마이클 헨더슨·소니 포튠·제임스 므튬·피트 코지·레지 루커스가 부각되었다.

5년간의 긴 휴식과 복귀

1975년부터 1980년까지 마일스 데이비스는 목 염증의 악화로 5년간 휴지기를 가진다. 그는 짧고도 긴 휴식 동안 자신의 새로운 도전에 착수했다. 그의 선택은 언제나 새로운 환경, 새로운 만남을 통해 젊은 감각의 에너지를 흡수하는 것이었다. 색소포니스트 빌 에번스와 일렉트릭 베이시스트 마커스 밀러를 대동한 채 복귀를 선언했던 1981년 작 ‘The Man With The Horn’이 대표적인 사례였다. ‘We Want Miles’에서는 ‘우리 모두가 마일스 데이비스를 원한다’라는 노골적인 카피를 통해 복귀를 홍보했다. ‘Jean Pierre’를 히트시킨 이 앨범에서는 기타리스트 마이크 스턴과 퍼커션 주자 미노 시네뤼가 신선한 자극을 안겨주었다. 블루스에 대한 재발견이 담긴 1983년 작 ‘Star People’에서는 기타 라인업에 마이크 스턴과 존 스코필드를 동시 포진시켰다. 같은 해 레코딩한 ‘Decoy’에서는 존 스코필드와 새롭게 영입한 키보디스트 로버트 어빙 3세와의 공동 작품을 커다란 비중으로 수용했으며, 브랜포드 마살리스의 이름을 찾을 수도 있었다. 길 에번스에 대한 추억과 영향이 서려 있는 ‘Aura’(1984년 작)는 전혀 뜻밖의 작품이었다. 덴마크 출신의 플뤼겔호른 주자이자 편곡자 팔레 미켈보르는 새로운 시대의 길 에번스였고, 역시 덴마크 출신의 기교파 베이시스트 닐스 헤닝 외르스테드 페네르센, 영국의 존 맥러플린과 함께 풀 오케스트라 편성으로 유럽 재즈를 탐방했다. 1984년, 덴마크 정부에서 수여하는 레오니 소닝 음악상의 영예를 선물 받은 마일스 데이비스는 1985년 작 ‘You′re Under Arrest’를 마지막으로 30년 가까이 몸담았던 콜롬비아 레코드를 떠났다. 색소포니스트 밥 버그의 발굴, 존 스코필드와 존 맥러플린을 동시 기용했던 ‘You′re Under Arrest’에서는 마이클 잭슨의 ‘Human Nature’와 신디 로퍼의 ‘Time After Time’, 두 곡의 팝 넘버를 수용하며 세인들의 관심을 끌었다.

혁명은 끝나지 않았다

1986년, 마일스 데이비스는 워너 브라더스에 새 둥지를 마련하며 최후의 혁명을 도모하고 있었다. 워너에서의 데뷔작 ‘Tu Tu’는 또 다른 충격과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흑인 지도자인 투투 주교와 넬슨 만델라에게 바친 앨범에는 컴퓨터 사운드와 펑키, 블루스의 기반 위에 힙합 리듬까지 흡수되었다. 이 앨범을 통해 미하우 우르바니아크(바이올린)·파울리뇨 다 코스타(퍼커션)·조지 듀크(키보드) 등이 마일즈 데이비스 사단에 합류했다. 1987년에 발표한 영화음악 ‘Music From Siesta’는 길 에번스에 대한 존경과 사랑의 마음을 담았다. 1989년 작 ‘Amandla’에서는 존 콜트레인을 빼닮은 알토 색소포니스트 케니 가렛을 기용했고, 내용적으로는 남아프리카공화국 흑인들의 자유와 권력을 회복하는 운동에 대한 지지를 담고 있었다. 1988년부터 1991년까지의 라이브 레코딩을 축약한 ‘Live Around The World’(1996)는 마일스 데이비스가 말년에도 뜨거운 진화와 응전의 역사를 진행하고 있었음을 확인시켜주는 보고서였다. 1989년 몽트뢰 공연 실황 앨범 ‘Miles In Montreux’에서는 보컬리스트 샤카 칸이 ‘Human Nature’를 노래해 흥미를 더해주었다.

프랑스의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 미셸 르그랑과의 공동 작품 ‘Dingo’(1990년 작) 이후 발표된 1991년 작 ‘Doo Bop’은 퀸시 존스가 ‘1990년대의 비밥’이라고 칭송했던 애시드 재즈와 근접 조우했다. 그가 재즈의 새로운 방향의 선언으로 던졌던 모든 앨범 앞에는 논란과 비판이 앞섰듯이 ‘Doo Bop’을 향해서도 ‘노인의 망령’이라는 비난이 뒤따랐다. 제임스 브라운·쿨 앤 더 갱 등의 레퍼토리를 샘플링하고, 래퍼와 DJ 이지 모 비를 끌어들여 랩과 힙합, 그리고 재즈의 극적인 결합을 모색했다. 마일스 데이비스의 최후의 스튜디오 레코딩이라는 점과 그가 올곧게 걸어왔던 선지자의 모습을 확인시켜주는 역작으로 ‘Doo Bop’의 위치는 마련되었다. 1991년 7월 몽트뢰 재즈 페스티벌에서는 퀸시 존스의 오케스트라를 빌려 1988년 세상을 떠난 오랜 친구 길 에번스를 회고했다. 일렉트릭 사운드에 매진했던 지난 20년의 노력을 잠시 묻어둔 채 모던재즈 시대의 명곡들을 처연하게 연주한 것은 일종의 회귀본능과도 같았다. 1991년 9월 28일, 마일스 데이비스는 새로움을 향해 끊임없이 항해했던 고독한 여정을 멈추고 편안히 눈을 감았다. 그해 그래미에서는 재즈와 미국 대중음악 발전에 시금석(milestones)을 남긴 마일스 데이비스에게 평생 공로상을 헌화했다.

처음 재즈와 인연을 맺은 이래 실패와 추락을 경험하지 못했던 마일스 데이비스에게 정상에서의 오랜 집권은 어쩌면 불행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마일스 데이비스는 단 한순간도 최고의 지위에서 향유하는 달콤함에 젖지 않았다. 그는 항상 새로움이라는 과제를 향해 자신의 의식과 창조력을 완전연소했으며, 이런 도전과 실험 정신은 마일스 데이비스가 몸담았던 재즈 50년사의 모든 음악적 환경을 변모시켰다. 그가 변신을 거듭할 때마다 수많은 비방자가 돌을 던졌지만, 한 시기가 지나면 그들은 자신의 무지했던 판단과 잘못을 감추기에 급급했다. 마일스 데이비스는 재즈의 미래를 들여다보는 혜안을 지닌 선지자였다. 그는 매너리즘을 죄악시하며 재즈의 역사를 저술했던 집필자로 정체된 재즈의 흐름에 새로운 공기를 환기시킴으로써 재즈를 오늘에까지 이어주었다.

추천 앨범


Birth of The Cool

23세의 마일스 데이비스는 20대 젊은 뮤지션들과 함께 9인조 편성의 경제적 오케스트라 편성으로 실내악 재즈의 품격을 도모했다. 앨범의 주제어는 솔리스트와 앙상블과의 통합 관계, 오밀조밀한 작·편곡으로 그리는 우아한 재즈의 표정이었다. 지적이고 절제된 사운드의 내면에서 들끓는 신선한 아이디어와 새로운 재즈를 향한 개념적 접근은 65년이 경과한 오늘에 들어도 조금의 낡음이 없다.

Kind of Blue

마일스 데이비스, 아니 재즈 역사의 숱한 명작 중에서도 아무런 이의 없이 최고의 명작으로 꼽히는 앨범. 코드 중심의 재즈에 모드라는 제안을 통해 표현력의 한계를 돌파했음은 이 앨범의 부수적 성과였다. 여기에 참가한 마일스 데이비스·존 콜트레인·빌 에번스·캐논볼 애덜리 등 당대 최고 솔리스트의 빛나는 열연이 눈부신 개화의 장면으로 포착된 순간이었다.

Bitches Brew

마일스 데이비스의 음악에서 거쳐가야 할 필수 과정인 동시에 초심자들이 호기심만으로 들어보기엔 마일스 데이비스와 재즈에 대한 부정을 야기할 수도 있는 위험하고 복잡하고 심란한 앨범이기도 하다. 록과 재즈, 프리재즈, 원시 주술 음악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이 거대한 음악적 유산에 투여된 마일스 데이비스의 정성, 진지하고 과감한 문제 제기와 실험을 빌려 1970년대 이후 재즈가 향할 좌표가 열렸음은 명백한 진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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