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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대학교 교수 성재창의 트럼펫 특강- 차가운 몸, 따뜻한 소리
때로는 당당하고 때로는 구슬프기까지 한 트럼펫 악기가 주는 반전의 매력
글 김호경 기자 12/1/2014 |   지면 발행 ( 2014년 12월호 - 전체 보기 )

충남대학교 교수 성재창의 트럼펫 특강

차가운 몸, 따뜻한 소리

때로는 당당하고 때로는 구슬프기까지 한 트럼펫 악기가 주는 반전의 매력


어린 시절, 나에게 트럼펫 소리는 아버지의 모습과 같았다. 당당하고 똑똑한 어른. 그렇지만 허풍스럽기도 하고 어딘가 자격지심도 좀 있는 것 같고…. 대학에서 트럼펫을 전공했던 아버지는 크고 작은 공간의 오른쪽 구석 자리에서 매번 그렇게 큰 소리를 냈다. 전문 연주자의 길을 걷지는 않으셨기에 나에게 트럼펫 소리도 점점 희미해져갔다. 트럼펫 음색에 다시 귀를 기울이게 된 건 작곡과 학생 시절. 유튜브에서 다른 공연을 찾아보려다 우연히 금발 미녀 언니가 연주하는 하이든 트럼펫 협주곡 공연 영상을 보게 되었다. 트럼펫에 이리도 섬세한 구석이 있었다니! 심지어 그 언니의 트럼펫 연주는 달콤하고 사랑스럽기까지 했다. 언니의 정체는 트럼페터 앨리슨 발솜이었다.

트럼펫 특강을 듣기 위해 트럼페터 성재창을 만났다. 나의 뮤즈는 앨리슨 발솜이지만 성재창의 뮤즈는 호칸 하르덴베리에르다. 호칸 하르덴베리에르는 서울시향 아르스 노바로 국내 팬들에게도 잘 알려져 있는 전방위 트럼페터다. 성재창은 서울대학교 음대 학생 시절, 하르덴베리에르의 음반을 하루에 30번씩 들으며 ‘내일 죽어도 좋으니 한 번쯤 이런 연주를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라고 생각했다. 그러던 그는 졸업 직전 핀란드 리에크사에서 열린 금관악기 축제에서 하르덴베리에르의 스승인 보 닐손의 눈에 띄어 스웨덴 말뫼 음악원의 유학생이 되었다. 꿈에 그리던 하르덴베리에르를 1년간 사사했고, 빠른 속도로 성장해 핀란드 국립 오페라 오케스트라의 부수석이 되었다. 인터뷰 당일, 성재창은 바로크 시대에 쓰였던 내추럴 트럼펫부터 코넷·플뤼겔호른까지 총 여덟 대의 트럼펫족(族)을 들고 나타났다. 현재 충남대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성재창은 친절한 선생님이 되어 트럼펫에 대해 하나하나 설명을 시작했다.

▲ 내추럴트럼펫

▲ C조 로터리 밸브 트럼펫

▲ C조 피스톤 밸브 트럼펫

트럼펫의 성장 과정 초기의 트럼펫은 바로크 시대에 사용됐던 내추럴 트럼펫이다. 밸브가 없어 입술 모양과 호흡으로 음정을 조절해야 하니 균일하고 정확한 음을 내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발명된 것이 현대에 사용되고 있는 밸브 트럼펫. 세 개의 밸브를 손가락으로 누르며 음정을 조절한다. 밸브 트럼펫에는 로터리식과 피스톤식이 있다. 로터리 트럼펫은 음이 빨리 결정되고, 결정된 음이 관을 돌아서 나오기 때문에 소리가 상대적으로 포근하고 부드러운 느낌이다. 피스톤 트럼펫은 숨이 관을 반 바퀴 정도 돈 후 소리가 나오기 직전에 음이 결정되기 때문에 더 직접적이고 날카로운 느낌이 있다. “베토벤·브람스의 화성적인 음악을 표현하기에는 로터리 트럼펫이, 스트라빈스키의 현대적인 곡을 연주하기에는 피스톤 트럼펫이 더 잘 어울린다고 말할 수 있죠.”

▲ 왼쪽부터) B♭조 피스톤 밸브 트럼펫, E♭조 피스톤 밸브 트럼펫, C♭조 피스톤 밸브 트럼펫, 플뤼겔호른, C조 로터리 밸브 트럼펫,코넷, 피콜로 트럼펫


B조 트럼펫과 C조 트럼펫 
음향학적으로 볼 때는 B조 트럼펫의 구조가 C조 트럼펫보다 완전하다. 따라서 B조 트럼펫의 음정이 더 정확하다. C조 트럼펫은 B조 트럼펫에 비해 불안정한 음들이 몇몇 있지만 고음을 낼 때 조금 더 수월하다는 장점이 있다. “어느 것이 더 좋다고 말하기는 애매해요. 음색의 차이죠. 국가별로 선호하는 악기가 있어요. 독일에서 유학할 때는 B조 트럼펫을 주로 썼고요, 프랑스에서는 C조 트럼펫을 많이 연주하더라고요.”

트럼펫 가족들
현재 트럼페터들이 주로 사용하는 트럼펫은 B조 트럼펫과 C조 트럼펫이다. 곡의 필요에 따라 D조 트럼펫과 E조 트럼펫을 사용하고, 피콜로 트럼펫은 고음을 낼 때 사용한다. 코넷과 플뤼겔호른은 언뜻 다른 집 식구들 같지만, 엄연히 한 가족이다. 코넷은 트럼펫보다 벨(소리가 나오는 부분)의 곡선이 완만하여 부드럽고 깊은 소리가 난다. 트럼펫보다 크고 트럼본보다는 작은 플뤼겔호른은 재즈곡에서 많이 사용된다.

밸브 세 개에 모든 음이 다 담겼다!바로크 시대의 내추럴 트럼펫이 그랬듯, 밸브 없이도 낼 수 있는 음들이 있다. 바로 자연배음. “가온다(C)부터 위로 ‘미–솔–시♭–도–레…’를 기준으로, 2번 버튼을 누르면 반음이, 1번 버튼을 누르면 한 음이, 3번 버튼을 누르면 한음+반음이 낮아집니다.” 밸브를 누르는 손가락의 포지션과 입술의 모양, 호흡 삼박자가 맞아야 원하는 소리를 정확하게 낼 수 있다.

HHJC 목관악기 연주자들이 좋은 리드를 찾는 데 공을 들이듯 금관악기 연주자들은 좋은 마우스피스를 찾기 위해 고심한다. 좋은 마우스피스란 다름 아닌 연주자에게 잘 맞는 마우스피스다. 연주자마다 입술의 모양, 치아의 고르기가 다 다르기 때문에 자신과 잘 맞는 마우스피스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제가 현재 사용하고 있는 마우스피스는 일본에서 주문한 야마하의 호칸 하르덴베리에르 모델이에요. 그래서 제 마우스피스에는 호칸 하르덴베리에르의 ‘HH’와 성재창의 ‘JC’가 새겨져 있죠. 하하.”


워터 키 차가운 금속의 관에 따뜻한 입김을 불어넣으면 물방울이 생긴다. 워터 키를 누르면 구멍이 열리면서 물방울들이 아래로 떨어지는데, 워터 키를 자주 열어주어 꾸르륵 소리가 나는 것을 방지해야한다.



클래식 트럼페터와 재즈 트럼페터의 간극 클래식에서는 B·C조 트럼펫을 다 사용하지만 재즈에서는 B조 트럼펫만 사용한다. 또한 클래식 연주자들이 주로 연주하는 음역보다 재즈 연주자들이 사용하는 음역이 더 높다. “악기는 같지만 주법과 호흡이 전혀 달라요. 정확하게 설명하기는 어려운데…. 대중가요를 부르는 가수와 성악가의 음색이 다른 것과 비슷한 개념일까요? 가끔 공연에서 앙코르곡을 연주할 때 서로 다른 장르의 곡을 연주하는 트럼페터들이 있는데, 꼭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은 것 같더라고요.”


브랜드의 가치 현악기는 과르넬리·스트라디바리우스·로제리 같은 고악기가 비싼 대우를 받는데, 트럼펫은 무조건 새것일수록 좋은 걸까? “트럼펫도 악기를 대량생산하기 시작한 1960년대 이전에 빈센트 바흐사에서 만든 마운트 버논이라는 브랜드의 수제품이 있어요. 그 악기들은 여전히 가치를 인정받죠. 그런데 일반적으로는 새로 만든 악기가 좋아요. 길들이는 데 시간이 걸리기는 하지만 금속은 오래 쓰다 보면 닳고 부식되기 마련이니까요.” 현재 트럼펫을 생산하는 브랜드는 많지만 성재창은 그중에서도 야마하를 추천했다. “대학 때는 빈센트 바흐의 악기를 썼어요. 바흐는 옛날에도 좋은 악기를 만들었고 지금도 물론 그렇지만, 어딘가 정체되어 있는 느낌이 들어요. 야마하는 수년 전에 유명한 악기 개발자 밥 멀론을 영입했는데, 그 이후로 개발에 속도가 붙고 있죠. 현재 좋은 악기가 많이 나와 있어요. 악기 장인들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느끼게 되더군요.” 브랜드별로 다르지만 초보용 트럼펫은 80만 원 정도이고, 연주자들은 300만 원부터 비싸게는 1,000만 원 대의 악기를 사용한다. 트럼페터 윈턴 마살리스처럼 자신의 호흡 세기와 입술 모양에 맞추어 악기를 주문 제작해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모넷사의 마살리스 모델은 2,000만 원이 넘는다.


관리법 트럼펫은 불 때마다 금속과 금속의 마찰이 일어나니 기름칠을 잘 해주어야 한다. 사용 전에 밸브 오일을 적절히 사용해 피스톤이 원활하게 작동하도록 관리하고, 외부의 자국은 융으로 닦는다. 리드 파이프는 음색을 만드는 부분이므로 솔질을 자주 하는 것이 좋다.

다양한 종류의 약음기 ‘뮤트’라 불리는 약음기는 이름처럼 음량을 줄이는 기능 외에도 음색의 변화를 위해 다양하게 사용된다. 벨 부분에 끼우면 모양과 재질에 따라 각기 다른 음색을 만든다. 사진의 왼쪽부터 컵 뮤트·솔로–톤 뮤트·하몬 뮤트(일명 와와 뮤트)·버킷 뮤트·스트레이트(나무) 뮤트·스트레이트(금속) 뮤트다. 일반적으로 스트레이트 뮤트가 가장 많이 사용되고 컵 뮤트나 버킷 뮤트는 포근한 느낌을 낼 때, 하몬 뮤트는 재즈곡에서 차가운 느낌을 낼 때 사용한다.


성재창의 추천 음반

인터뷰 당일, 호칸 하르덴베리에르의 음반을 스무 장도 넘게 들고 온 성재창은 하나만 꼽아달라는 부탁에 한참을 고심했다. 선택을 받은 음반은 피아니스트 레이프 오베 안스네스와 녹음한 쇼스타코비치 피아노 협주곡 1번(EMI Classics). 쇼스타코비치 피아노 협주곡 1번은 트럼펫이 3악장을 제외한 전 악장에서 피아노만큼 활약해 ‘피아노와 트럼펫을 위한 협주곡’이라 불리기도 한다. “대학교 4학년 때 최희연 선생님과 이 곡을 연주할 기회가 있었어요. 연습 내내 이 음반을 수십 번씩 들었죠. 테크닉이 매우 뛰어나요. 저에게는 의미가 있는 음반입니다. 그런데 이것 말고도 명반들이 엄청 많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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