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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
지나친 팩션의 아쉬움
글 원종원(뮤지컬 평론가) 12/1/2014 |   지면 발행 ( 2014년 12월호 - 전체 보기 )

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

지나친 팩션의 아쉬움

11월 1일~ 2015년 2월 1일
샤롯데시어터


▲ ⓒEMK뮤지컬컴퍼니



포스터에는 ‘MA’라는 스펠링이 한가운데 있다. 바로 유럽 역사 속 비운의 황후이자 왕권과 시민혁명 간의 충돌이라는 혼란 속에서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진 ‘마리 앙투아네트’의 이니셜이다. 노림수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국내 관객들에겐 호기심을 자극하는 티저 광고로서의 효과는 톡톡히 발휘하는 듯하다.

화려한 삶과 민중 봉기에 의한 충격적이고 비극적인 종말이 예술가들의 끝 모를 상상력을 자극해서인지 마리 앙투아네트는 수많은 문화 콘텐츠의 소재로 활용되어왔다. 우리나라 대중에겐 ‘베르사유의 장미’라는 제목으로 익숙한 일본 만화가 대표적이다. 수년 전 등장했던 할리우드산 영화 ‘마리 앙투아네트’는 영화 ‘스파이더맨’으로 친숙한 여배우 커스틴 던스트가 주연을 맡아 파란만장한 삶을 그려내기도 했다. 특히 사치스러운 궁중 생활과 화려한 의상·무도회 등이 펼쳐지며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는데, 뮤지컬에서도 이런 요소들은 대중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코드와 상징들로 활용되고 있다.

극적 상상력을 적극 활용한 이유 때문인지 무대로 구현된 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에는 역사적 오류나 자의적 해석이 많다. 특히 극적 갈등의 중심인 마그리드의 등장은 완전한 허구이자 가상의 캐릭터다. 기본적으로는 마리 앙투아네트의 인간적인 면모를 드러내게 하는 안타고니스트로서의 극적 도구로 활용되고 있지만, 충격적인 극 전개나 경악스러운 출생의 비밀 등은 텔레비전 막장 드라마 수준의 비현실적인 극 구조의 허술함을 보여준다.

물론 역사를 소재로 한 많은 공연물이나 문화 콘텐츠에서는 가상의 이야기를 통한 극 전개의 재미를 보여주곤 한다. 역사적 사실을 그럴 법한 이야기로 버무려 구현하는 이른바 팩션(faction)이다. 덕분에 안방극장에서는 세종대왕이 왕을 견제하는 세력들에 의해 암살당할 위기에 놓인 욕쟁이 할아버지가 되기도 하고, 멀쩡한 신윤복의 성 정체성을 남성에서 여성으로 변화시키기도 한다. 이를 두고 역사학자들은 경천동지할 일이라고 입에 거품을 무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 역사 소재의 문화 콘텐츠들은 단순한 역사 재연이 아닌 해체와 재구성의 충돌과 실험을 거쳐 오늘날 우리의 이야기를 과거라는 시·공간을 통해 풍자하거나 빗대어 이야기하고자 하는 데 의의를 두고 있는 경우가 많다. 결국 이런 부류의 작품들이 지닌 의의나 감상의 포인트는 역사적 사실이란 팩트 자체보다 이를 통해 오늘날을 살아가야 하는 우리의 세계관이나 가치의 문제로 귀결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팩션’이 지닌 재미가 여기에 기인된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는 다소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다. 인물에 대한 접근 방식이 지나치게 단순화되거나 맹목적으로 미화된 경향이 있어 이 작품을 통해 이야기하고 싶은 주제의식이 어떤 의미와 관점을 반영하고 있는지 애매하기 때문이다. 오스트리아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마리 앙투아네트에 대한 연민을 십분 감안한다 치더라도 무대 위 이야기는 지나치게 단순하고 대부분 낭만적이기만 하다. 루이 16세가 대장장이가 되고 싶었던 평범한 가장이었다는 해석이 대표적이다. 유럽사에 대한 지식이 풍부하지 않은 우리나라 관객들이 비틀어보는 팩션의 재미를 정사(正史)로 오해하지 않을까 싶은 걱정도 적지 않다.

물론 역사 소재의 무대에서 팩션의 파격을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지에 대한 정답은 없다. 결국 무대로 구현된 이야기가 오늘 우리의 고민을 얼마나 잘 포장하고 함의하며 설득력을 지니는지가 작품의 완성도를 좌우할 뿐이다. 이 작품의 화려한 무대와 의상, 입체적인 비주얼만으로는 마음 한구석의 허전함을 지울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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